[한국스포츠경제 신화섭] 1993년 프로야구 구단주 총회에서는 보기 드문 격론이 벌어졌다. 안건은 경기장 입장수입의 홈ㆍ원정팀 분배율이었다. 수도권팀은 ‘홈팀 75%:원정팀 25%’를 주장한 반면 지방팀들은 ’70:30’을 요구했다. 치열한 논쟁 끝에 구단주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결정을 위임했다. 당시 KBO 행정 실무를 맡았던 이상일 야구박물관 사료수집위원회 위원(전 KBO 사무총장)은 “구단주들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결국 이상훈 총재가 고심 끝에 양측의 중간선인 ‘홈팀 72%:원정팀 28%’로 결론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그로부터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홈과 원정팀의 입장수입 분배율은 여전히 ’72:28’이다. 그 사이 프로야구 환경은 몰라보게 변화했다. 93년 잠실과 사직, 단 두 곳뿐이었던 2만석 이상 규모의 야구장은 잠실(2만7,000석)과 사직(2만7,500석) 문학(2만6,000석) 광주(2만2,000석) 수원(2만200석) 등 5개로 늘었고, 내년 시즌 신축 대구구장(2만4,000석)도 추가된다. 20년 넘게 묵은 입장수입 분배율도 재논의할 시점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본지가 10개 구단 단장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각 팀의 분위기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권 팀들은 홈팀의 분배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고, 지방팀들은 현재 비율을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수도권의 A팀 단장은 “홈팀이 100%를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B팀의 단장 역시 “100:0으로 변화를 주면 각 구단이 홈 관중 유치를 위해 좀더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방의 C팀 단장은 “홈팀 100%는 시기상조다. 지방구단도 배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방 D팀의 단장은 “지방구단은 홈 관중 동원에 한계가 있다”고 했고, E팀 단장은 “수도권 팀들도 홈 경기에서 지방팀 팬들의 덕을 보고 있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구가 많고 원정팀 팬들도 구장을 많이 찾는 수도권 팀들과 전국적으로 팬은 많지만 연고지 인구가 적은 지방팀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2014년 정규시즌 구단별 관중 및 입장수입을 봐도 LG과 두산, SK 등 수도권 3개팀은 홈 경기 관중수가 원정 경기보다 월등히 많았고, 나머지 6개 팀은 원정 경기 관중수가 오히려 홈 경기를 넘어섰다. 그 결과 삼성과 롯데, KIA는 전체 입장수입 가운데 원정경기 비율이 34~37%에 달하는 반면, 두산과 LG는 각각 12%와 14%에 불과했다. 류대환 KBO 사무차장은 “입장수입 분배율에 대해선 각 구단의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 아직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홈팀이 입장수입의 66%를 가져간 뒤 나머지 34%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30개 구단에 분배한다. 홈팀의 몫이 한국의 72%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홈팀이 입장수입의 100%를 가져간다. 국내의 경우 수도권에 인구가 편중돼 있고 지방팀 팬들도 많은 특수한 환경이어서 각 팀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궁극적으로 홈팀의 분배율을 높이는 것이 리그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재논의를 통해 적정선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신화섭기자 evermyth@sporbiz.co.kr 사진=잠실구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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