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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야지 않나" 말보다 마음 속 아픔 들어주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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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야지 않나" 말보다 마음 속 아픔 들어주는 게 중요

입력
2015.04.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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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산온마음센터' 작년 개설, 생존자·유족 등 700여명 대상

유가족들 참여 아직은 저조한 편, 센터 운영주체 지속성도 과제로

6일 오전 안산 단원구 소재 안산온마음센터에서 본보 사회부 채지선 기자가 마음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바이오피드백 체험에 앞서 센터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6일 오전 안산 단원구 소재 안산온마음센터에서 본보 사회부 채지선 기자가 마음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바이오피드백 체험에 앞서 센터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않나. 그만 잊으라.” 세월호 참사 생존자는 물론 희생자 유가족이 자주 듣는 말이다. 걱정이 담긴 진심 어린 위로이지만 좀체 잊을 수 없는 일을 잊으라는 건 그들을 더욱 괴롭게 한다. 주변의 도움과 치료는 그래서 중요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 경기 안산 단원구에 연 ‘안산온마음센터’는 충격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세월호 피해자들의 마음을 보듬는 심리치료 공간이다. 정부가 대형 재난 사고에서 심리지원에 나선 것은 세월호 참사가 처음.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등 700여명이 센터의 활동 대상이다.

기자가 센터를 방문한 6일에는 바이오피드백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호흡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선 심장박동과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왼쪽 손가락에 5개의 센서를, 등에는 근육 긴장도를 체크하는 센서를, 복부에는 호흡을 읽는 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안락의자에 편히 기대 모니터 화면에 나오는 공을 보면서 숨 쉬기를 반복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센터 관계자는 “호흡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기계가 없어도 우울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이 외에도 그림을 통해 감정을 통제하는 미술치료와 반대로 북을 두드리며 감정을 발산하는 음악치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온마음센터는 치료를 내세우기보다 안마, 요가 등 거부감이 덜한 심신안정 요법을 중심으로 유가족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센터 소속 안소라 정신보건간호사는 “유가족들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으나 점차 센터 프로그램이 자녀를 잊으려는 게 아니라 활동을 위한 힘을 얻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족의 호응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센터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상당수 유가족은 장외에서 진상규명 촉구 활동을 벌이고 있어 아직은 심리 치료가 뒷전에 놓인 탓도 있다. 한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 김모씨는 “지금 유가족에게 필요한 건 ‘심리’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답답한 ‘심정’을 들어주는 것”이라며 “센터에서 유가족을 환자로 치부하다 보니 차라리 우리끼리 자주 접촉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온마음센터가 자리를 잡기에는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4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외부 병원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위탁 운영 병원이 지난해 명지의료재단에서 올해 초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바뀌어 혼선이 컸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심리지원의 경우 의사와 피상담자의 정서적 유대가 중요한데 운영 병원이 1년도 안 되어 바뀐 것이다. 미국은 9ㆍ11테러 이후 정부가 직접 나서 14년 동안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지원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센터 설립 당시 명지병원이 경기도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맡고 있어 위탁을 의뢰했는데 올해 신규 편성된 예산을 토대로 진행한 공모에서는 명지병원이 참여하지 않아 고대 안산병원이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온마음센터 같은 전문적인 치료ㆍ지원기관이 필요하지만 유가족과 지역사회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9ㆍ11 테러 당시 피해자가 500여명에 달했던 롱아일랜드 지역은 유가족이 직접 센터장을 맡은 ‘패밀리센터’를 만들어 슬픔을 극복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 변상우 한국상담심리학회 위기대응지원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 주도 기관도 물론 필요하지만 민간 단위로 공동체 안에서 재난사고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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