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과 넥센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벌어진 9일 잠실구장. 1루 내야석을 가득 메운 두산 팬들은 8회초 선두 타자 넥센 박헌도가 빨랫줄 타구를 날리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바로 직전 이닝인 7회까지 두산 선발 유네스키 마야(34ㆍ쿠바)가 노히트 노런 피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헌도도 맞는 순간 안타를 직감해 1루로 힘차게 뛰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좌익수 뜬공. 마야는 8회도 피안타 없이 틀어 막았다.
운명의 9회초, 노히트노런 대기록까지 아웃카운트는 3개가 남았다. 8회까지 120개의 공을 던진 마야는 이미 한계 투구수를 넘겼지만 힘차게 마운드로 뛰어 나왔다. 첫 터자 임병욱은 볼넷, 지난해 200안타 주인공의 서건창은 1루 땅볼이었다. 타석에는 넥센 주장 이택근. 이택근도 마야에게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리고 27번째 마지막 아웃카운트 앞에서 맞닥뜨린 타자는 유한준. 마야는 유한준마저 공 3개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마운드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지난해 7월 방출된 크리스 볼스테드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마야가 노히트 노런에 성공했다. 마야는 이날 9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볼넷 3개로 무실점 하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두산은 한국 무대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마야를 앞세워 넥센을 1-0으로 꺾고 4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마야의 노히트 노런은 올 시즌 첫 번째이자 프로야구 통산 12번째 기록이다. 날짜상으로는 지난해 6월24일 NC 외국인 선수 찰리 쉬렉이 LG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작성한 뒤 289일 만에 나왔다. 마야는 13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직구 최고 시속은 143㎞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예리한 제구력으로 삼진을 8개나 잡았다. 우타자 몸 쪽으로 들어가는 백 도어 슬라이더, 예상치 못한 커브가 좋았다.
마야는 경기 후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매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밖에 안 나왔다”며 “9회에는 어디서 힘이 났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던졌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구자로 나선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외국인선수 시몬(28ㆍ쿠바)에 대해서도 “시몬이 공을 던지고 한 번 안아줬다. ‘너는 공격적인 투수고 쿠바에서 했던 것처럼 하면 좋은 결과 나올 것 같다’고 말해줬는데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광주에서도 대기록이 나왔다.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29)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테임즈는 2루타(1,3회) 우월 솔로 홈런(5회) 우전 안타(7회) 우월 3루타(9회)를 차례로 폭발했다. 이로써 테임즈는 통산 17번째 사이클링 히트에 성공했고 외국인 선수로는 2001년 5월26일 매니 마르티네스(삼성) 이후 두 번째로 대기록의 기쁨을 맛봤다. NC의 4-2 승리.
SK는 인천 홈에서 kt를 13-2로 꺾고 kt를 10연패에 빠뜨렸다. 삼성은 대구에서 3-3이던 9회 1점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9회 2점을 뽑아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4-4이던 무사 1ㆍ3루에서 대타 구자욱이 롯데 마무리 김승회로부터 끝내기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대전에서도 한화가 9회말 상대의 실책에 편승해 5-4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성렬(31)은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점을 올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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