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미달의 장비가 납품된 통영함 비리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의 ‘진급 욕심’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소장)이던 그는 부하들에게 “참모총장 동기분을 도와줘야 중장으로 진급한다”고 수차례 압박을 가했다.
9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에 따르면, 2009년 황 전 총장은 통영함 탑재용 선체고정음탐기 구매사업 과정에서 미국 방산업체 하켄코의 장비가 작전운용성능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는 해당 장비의 평가결과를 ‘미충족’에서 ‘충족’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하켄코의 로비스트였던 김모 예비역 대령이 바로 정옥근 당시 총장의 해사 동기였기 때문이다.
황 전 총장은 실무진에게 “총장님의 관심사업이니 적극 진행하라”, “총장님의 동기생인 선배의 부탁이니 잘 도와줘라. 총장과 관계가 좋아야 내가 진급할 것 아니냐” 등과 같은 말로 하켄코를 밀어줬다. 합수단 관계자는 “방사청에 근무해도 결국 근무평정은 해군총장의 몫인데, 당시 황 전 총장은 같은 소장이었던 동기생 5명 중 유일한 후방부대 근무자여서 중장 진급 때 불리했던 상황이어서 무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켄코는 결국 2009년 11월 납품사로 선정됐고, 황 전 총장은 이듬해 6월 중장 진급에 성공했다. 합수단은 이날 납품 비리로 국가에 3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황 전 총장을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의 관여 여부, 금품수수 등의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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