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급 시작에 유연성 주문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3월분 임금 지급 기한이 10일부터 시작되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개성공단 사태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임금 문제와 관련해선 5% 상한선을 고집하지 말되, 좀 더 근본적인 룰인 노동규정 개정 사항은 당국간 협의로 조율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북한 양측은 지난 7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관리위)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이 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불거진 뒤 처음으로 협의에 나섰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뒤 추가 접촉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북한은 임금 문제는 주권사항으로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관리위와 총국 간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북한이 관리위와 총국 협의에 응한 것은 우리 정부도 의미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관리위와 총국 간 접촉에 앞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대표단과의 면담에서도 공단 발전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드러냈다고 한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북측 총국에서 개성공단이 문을 닫거나, 기업에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가하게 하는 일이 없을 테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도리어 안심을 시켰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20일까지 임금 지급 기한이 남아 있는 만큼 당국 간 협상 상황을 지켜보며 임금 지급을 유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협상의 물꼬가 트인 만큼 우리 정부가 정치적 기 싸움 성격에서 벗어나 경제적 임금 협상 차원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해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 폭인 5.18%에 대해선 기업들도 용인하고, 국제적 수준에 맞춰준다는 명분으로 수용하는 대신 노동규정은 당국간 협의를 통해 개정해나가자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남북한은 정치적 기 싸움에만 매몰돼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가 5% 내 인상을 고집하지 말고, 그 이상으로 올려주겠다고 먼저 얘기하고 다만 양측 합의를 전제로 하자는 걸 강조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수석연구위원은 “최저임금 관련 노동규정에서 북한이 당국간 협의를 일방적으로 삭제했는데, 이를 기존 5%보다 인상된 숫자를 명시해 수정하는 형태로 조항을 유지하면 북한의 실리도 챙겨주고 우리도 명분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