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세 비만아 70% 성인비만으로
외국선 정크푸드세·소다세 등
소아·청소년 비만과의 전쟁 나서
한국 신호등표시제 유명무실
체계적 비만 관리대책 절실
어릴 때 뚱뚱하면 성인이 돼서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소아ㆍ청소년 비만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크푸드에 비만세를 도입하는 외국 사례 처럼 적극적인 소아ㆍ청소년 비만 관리 대책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는 9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건강보장 정책토론회’에서 소아비만의 경우 최고 70%까지 성인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선행 연구 결과를 분석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인천 강화지역 12개 초등학교 1학년 257명(남자 113명, 여자 144명)의 체질량지수(BMI) 변화를 1986년부터 20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가 제시됐다. 비만인 생후 6개월 영아가 성인비만으로 진행된 비율은 14%에 그쳤지만 7세 비만 아동의 40%, 10~13세 비만 아동의 70%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늘어난 지방세포의 크기와 숫자가 줄지 않아 소아 비만일 경우 커서도 뚱뚱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비만 연구가 활발한 미국 등의 사례를 비춰봐도 소아비만과 성인비만의 연관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아ㆍ청소년의 영양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비만 관련 정책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그나마 유효성 있는 정책으로 추진됐던 신호등표시제의 경우 2011년 3월부터 권고 사항으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 기호식품에 비만원인 영양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적색(많음), 황색(보통), 녹색(적음)의 신호등으로 표시해 어린이들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과자, 빵, 초콜릿, 가공유, 아이스크림, 어육소시지, 컵라면, 과채주스, 포장판매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가공식품에 지방, 포화지방, 당, 나트륨 성분을 자율 표시하도록 했지만 현재 이 제도를 아는 이가 드물 정도다. 때문에 신호등표시제를 의무화하거나 패스트푸드 제조업체에 비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모두 무산됐다. 여전히 초등학생 10명 중 6명 이상은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각국은 적극적인 소아ㆍ청소년 비만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정크푸드의 학교 판매를 전면 금지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소다세’와 ‘정크푸드세’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산음료 소다세를 도입했고, 원주민 자치구역인 애리조나주 나바호인디언보호구역에서는 최근 과자, 사탕, 초콜릿, 에너지드링크 등 영양적 가치가 거의 없는 제품에 2%의 판매세를 붙였다. 영국은 2006년 비만관리부를 신설해 ‘소아ㆍ청소년 비만과의 전쟁’에 나섰고, 유럽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로 불리는 헝가리도 과자와 청량음료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도입했다.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는 가공식품을 학교 급식에서 가능한 한 제외하고, 청소년에게 물을 마시도록 장려하는 규제안을 도입하는 등 비만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미국에서도 2010년부터 범정부적으로 비만 관리 대책을 시행해 비만 유병률 조정 효과를 거둔 것처럼 우리도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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