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했고, 이를 북한이 개발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에 장착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소형화 능력을 경고한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달 세실 헤이니 미군 전략사령관이 “북한이 핵 능력의 일부를 소형화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북한이 ICBM 생산체제에 들어갔으며 2020년까지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민간연구소의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소형화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음에도 실전배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미 당국의 판단인데 반해 고트니 사령관의 발언은 북한의 핵 위협이 당장 현실화할 수 있다고 단정한 것이어서 그 진위와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북한에 대한 한미 방어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긴 사거리 때문에 핵탄두 소형화가 관건인 ICBM을 실전 배치할 정도라면 소형화의 기술적 부담이 적은 중ㆍ단거리 미사일의 핵탄두는 이미 개발이 끝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사거리 300㎞~1,300㎞의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은 한국을 넘어 일본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어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핵탄두에 장착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공식 반박했다.
고트니 사령관은 “1~2년 사이의 정보당국의 평가”라고 했을 뿐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KN-08이 실전배치를 위한 사전 필수단계인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의구심을 낳는 요인이다. 국방예산 감축에 따른 위기감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과장했거나, 한미간 쟁점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배치 문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란 지적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같은 날 프랭크 로즈 국무부 군축ㆍ검증ㆍ이행담당 차관보도 “사드가 북한 노동, 스커드 미사일에 대처하는 결정적 역량이 될 것”이라고 군불을 땠다.
오늘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 북한 핵미사일 발언이 잇따르는 것은 더욱 공교롭다. 지난 2월에도 북한이 5년 뒤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미국 민간연구원의 충격 발언이 나왔다. 북한 핵 위협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나, 여기엔 정확한 근거와 분석이 우선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이 행여 정치적인 목적으로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려 드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불안감을 증폭시켜 우리 전력자원의 배분을 왜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안보는 물론, 나아가 양국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