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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요원 신분 위장도 딱 걸렸네… 생체인식 기술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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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요원 신분 위장도 딱 걸렸네… 생체인식 기술의 역습

입력
2015.04.0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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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여권 쓰는 시대 지났다"… 폐쇄회로ㆍ위치추적 시스템 등 생체 인식 활용

발전속도 빠른 생체인식 기술… 유전자 표본 분석도 곧 보편화

인간의 홍채 안에 담긴 개인 식별정보를 읽어내는 생체인식 기술을 형상화한 모습. 이코노미스트 제공
인간의 홍채 안에 담긴 개인 식별정보를 읽어내는 생체인식 기술을 형상화한 모습. 이코노미스트 제공

지난 2010년 1월 20일 오후 1시20분께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두바이 알부스탄로타나 호텔 230호. 발코니와 창문이 잠긴 이 객실에서 하마스 고위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당시 50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란에서 미사일을 구입하기 위해 비밀리에 두바이로 숨어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침대 주변 전등이 분해돼 있었고 알마부는 침대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또 사망 직전 전기 충격을 받았던 점, 심장질환으로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알마부는 전등을 갈아 끼려다 감전사 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심장병 환자가 전기 충격을 받을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정밀 조사 결과, 누군가 근육이완제를 투여해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얼굴을 베개로 덮어 질식사 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암살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알마부가 19일 오후 에미리트항공 소속 항공기로 입국해 호텔을 잡은 뒤, 시내 구경을 다녀온 후 다시 객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모습이 모두 얼굴 인식기 및 폐쇄회로TV에 담겼다. 또 그를 테니스복 차림으로 미행한 살해 용의자 남성 2명 등 27명 규모의 암살단 및 연루자들의 모습이 낱낱이 확인됐고 이 사건의 배후가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인 것도 밝혀졌다.

암살단 중 ‘홍일점’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모사드의 암살ㆍ납치 전문 조직 키돈(Kidonㆍ총검을 뜻하는 히브리어) 소속으로 밝혀진 이 여성은 사건 직전인 2010년 1월19일 오전 0시30분 파리발 프랑스 여객기를 타고 두바이에 도착했다. 검은 머리에 안경을 쓴 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26세 ‘게일 올리어드’라고 소개한 아일랜드 여권을 가지고 다녔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가짜였다.

암살단이 관광객으로 위장한 채 알마부를 살해하고 달아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들의 신원이 낱낱이 탄로나면서 이스라엘에는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고 모사드로서는 참혹한 실패 사례를 남겼다. 사건의 전모를 밝힌 1등 공신은 지문 채취기, 홍채 스캔, 얼굴 이미지 판별, 그리고 폐쇄회로 TV 등 첨단 생체인식기술들이었다.

생체 인식 기술의 발달 ‘양날의 검’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각국 정보 기관들은 생체 인식기술 등의 발전 덕분에 테러리스트나 불법이민 알선책 등을 색출하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정보기관들의 비밀공작 활동도 그만큼 어려워 지고 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TV와 인터넷 위치추적 시스템은 물론, 각 공항에 구비된 홍채ㆍ얼굴 인식 시스템들이 비밀 요원들의 활동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다. 각국 정부뿐 아니라, 테러 및 범죄 조직들도 이 기술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보기관원들이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기가 점점 불가능해 지고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전 국장 마이클 플린은 “신분을 숨기기 위해 위조 여권에 가발을 쓰고 콧수염을 다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정보 요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을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존 브레넌 CIA국장은 “국가안보 책무를 수행하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 점점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며 디지털혁신국(DDI) 신설 등 큰 폭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CIA 참모들에게는 “디지털 혁명에 대비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라”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CIA의 이 같은 조치가 위장 잠입 활동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이버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생체 인식 기술의 발달, 어디까지?

이제 각국 정부가 테러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생체 인식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은 보편화 됐다. 9ㆍ11테러를 시작으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중동 분쟁 등을 계기로 급격히 확산된 것이다. 관련 업계는 생체인식 기술 시장 규모가 올해에만 138억달러(약 15조600억원)에 달하며, 향후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술력 면에서도, 얼굴 인식 기술은 오차율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며, 분석 속도 또한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빨라지고 있다. 특히 홍채 인식 기술은 불확실성이 전혀 없어 생체인식 기술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클 플린 전 DIA국장은 “홍채 인식기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다”고 단언했다.

여기에 유전자 표본 수집분석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아직 홍채인식 기술만큼 보안감시에 보편적으로 활용되지는 못하지만, 머지 않아 활용도가 홍채나 얼굴 인식 기술을 따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보기술회사 유니시스의 테리 하트먼 부회장은 “유전자 표본을 이용한 신원 확인은 시간이 많이 걸려 현재는 출입국 보안감시에 활용도가 낮은 상태”라며 “하지만 10년 전 수 주일 걸리던 것이 이제 수 시간으로 줄어든 만큼, 앞으로 10년이면 수분 내로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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