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됐다. 한국노총은 “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등 5대 수용 불가사항을 정부와 재계가 받아들이지 않아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말 노사정 대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시작한 지 3개월 만이다. 노동시장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채 노사정 협상이 파국을 맞은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노사정 협상과정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것도 적지는 않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통상임금 법제화 등은 논란 끝에 일정 정도의 합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쉬운 해고’안건을 놓고 노사정이 처음부터 서로 배수진을 치고 맞선 게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노사정 협상에 앞서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와 노동계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자들의 불안정성만 극대화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전선이 그어졌고 결국 이 문제가 협상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대화 중단이 장기화하면 정부가 국회를 상대로 관련 법 개정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편 논의가 국회로 넘어가면 노사정 대화 이상으로 과정이 험난하리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여야간 이견이 첨예하게 맞서있는데다 고용안정 같은 현안은 ‘표심’과 직접 관련돼있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합의를 이뤄내기가 어렵다. 정부로서도 노동계를 제쳐놓고 일방적으로 추진했을 때 몰아 닥칠 역풍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계는 이미 4월 총파업 등 장외 투쟁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협상 결렬을 선언한 노동계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파국에 따른 여론의 질책과 정부의 압박 등을 감당해야 한다.
노사정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정부로서도 한국노총을 다시 협상장에 불러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시행돼 통상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 노동시장 개편은 워낙 이슈가 광범위한데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하는 게 옳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런 점에서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큰 진통 없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안은 넘기고 고용유연성 같은 첨예한 문제는 노사정에서 계속 논의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어떤 경우든 노동시장 개혁 논의가 미궁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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