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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렴(收斂) 이론

입력
2015.04.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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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측면에서 보수와 진보세력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성장과 분배의 문제다. 보수는 일단 성장을 해야 분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진보는 성장이 한계에 왔으니 분배, 곧 복지에 신경을 더 쓰자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감세를 통해 기업활동을 돕고, 소비를 활성화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주장이고, 진보진영은 부자증세나 법인세인상 등을 통해 부자와 기업에게 성장의 과실을 듬뿍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가 선별복지, 보편복지 등의 분배 문제다.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국회 연설을 보니 경제분야에서 양당의 입장이 적지 않게 접근을 하고 있다. 진보가 성장을, 보수가 복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들의 개인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유승민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하면서 법인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재벌ㆍ대기업은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희생으로 오늘의 성장을 이룬 만큼 납세를 통해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문재인 대표는 성장에서도 유능한 진보가 되는 것을 새정치연합의 목표로 잡고 있다. 그는 “성장 없는 풍요와 경제정의를 생각할 수 없다”면서도 “경제성장에 대한 생각을 ‘포용적 성장’으로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발언이다. 성장을 필수요건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일부 진보학자들은“성장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성장이라는 단어를 말하기를 꺼려한다”고 고백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민주주의가 희생됐던 박정희 시대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 이들의 발언은 수렴이론(收斂理論ㆍconvergence theory)을 생각하게 한다. 대립하는 두 현상이 결국은 동질화한다는 관점이다. 경제발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사회복지제도가 유사한 형태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복지지출에 필요한 자원을 경제성장이 확보해 준다고 믿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사회복지의 기반으로 본다. 우리 입장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주장하는 성장과 복지가 점차 접근하는 흐름으로 보아 앞으로 문제 해결이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된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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