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파리는 Paris로 철자하고 영어에서는 ‘패리스’로 읽고 현지에서는 ‘빠리’에 가깝게 발성한다. 제3자 입장인 우리로서는 프랑스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현지어 발음으로 발음해주고 영어로 의사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패리스’로 발성하는 것이 무난하다. 물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권에서는 ‘빠리쉬’처럼 발음하고 독일인도 이와 유사하게 발음하며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빠리스’처럼 발음하여 결국 영어식 발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북경은 로마자 표기부터 혼란이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Beijing 철자는 1958년 중국이 인민대회에서 의결한 뒤 1979년 이후에는 이를 따르도록 정한 것이다. 그 이전에 선교사들의 입을 통해 서방 세계에 전해진 북경의 발음은 Peking, Beijing 이었고 남경은 Nanking, Nanjing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중국 당국이 Beijing과 Nanjing으로 일원화하도록 노력했다. 한편 한국을 Korea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의 역사 고려 시대에서 연유한 것인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민 스스로 해외에서 ‘I am Korean’이라고 말하지 ‘I am GoryeoIn’처럼 말하지 않는다. Korea의 철자 속에 발성이 어려운 것은 없지만 여기에도 R음 발성을 달리하는 나라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덴마크 사람들은 ‘코헤아’처럼 발성을 하고 독일이나 체코 인도네시아 스웨덴 폴란드 등은 무난하게 ‘코리아’에 근접한 발음을 한다.
Global 시대에는 어느 특정 고유명사나 명칭을 놓고 어떻게 발음해야 옳으냐는 문제는 항상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어느 대학생은 교수에게 철학자 Plato의 발음법을 물었다. 물론 영어에서는 ‘플레이토우’라고 발음하고 스페인어 문화권에서는 ‘쁠라또’로 발성한다. 그리스의 철학 계보 중에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 다시 플라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진 사제관계도 중요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 필자가 ‘플라또’ ‘플레이또’처럼 적으면 우리말 표기법에서는 비표준으로 자동 검출이 된다. 한국 표기에서 ‘플라톤’이라고 표기하도록 정한 것은 그의 레슬링 코치가 Platon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고대의 어설픈 기록을 덥석 받아들인 폐해다. 현지 철학 역사나 기록에도 희미했던 내용을 우리말 표기에서 정칙 표기인양 강요하는 것은 무지의 기준일 뿐이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Plato(플레이토) 대신 ‘플라톤(Platon)’ 철학자라고 발성하는 곳이 없는 것도 참고할 일이다.
소개를 받을 때 “How should I pronounce your name?”라고 묻고 상대방의 이름을 정확히 발성하려는 노력이 예절인 것처럼 고유 명사는 원음을 기억하고 영어식 발성을 염두에 둔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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