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윤기순씨 도청서 재회
작사가 반야월 얽힌 추억 환담
두 주인공 사연 관광상품화 추진
9일 오후 강원도청 본관 2층 통상 상담실. 국민 애창곡인 ‘소양강 처녀’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박경희(65)씨와 윤기순(62)씨가 노래가 발매된 지 45년 만에 얼굴을 마주 보며 앉았다. 어느덧 환갑을 넘긴 두 사람은 노랫말을 쓴 반야월(본명 박창오ㆍ1917~2012) 선생과의 추억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윤씨는 반 선생이 지난 1990년 KBS가요무대에 출연해 소양강 처녀 노랫말의 주인공이라고 직접 밝혀 화제가 된 인물. 반 선생은 “1968년 6월 당시 고산으로 불리던 중도에서 천렵을 하다 석양에 비친 소나기 맞은 소녀 모습을 보고 곡을 썼다”고 노랫말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윤씨는 1968년 가수의 꿈을 안고 상경했던 연예인 지망생이었다. 서울에서 반 선생이 소속된 가요작가 동지회에서 일을 하면서 노래를 배우던 중, 소양강에서 어부로 생계를 유지하던 윤씨의 아버지가 반 선생을 비롯한 원로가수 몇 명을 춘천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노래의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윤씨는 “(반 선생이) 물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소나기가 쏟아지는 풍경을 보고 가사를 쓰신 같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1970년대 음반을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7년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와 현재는 사북면 지암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소양강 처녀인 박씨는 춘천여고 3학년에 재학중이던 1967년 3월 반 선생을 만났다. 반 선생은 소양 1교 인근 박씨 아버지가 운영하는 ‘호수장 여관’에 보름 가량 머물며 창작활동 중이었다. 이 때 박씨가 반 선생을 고산에 데려다 주면서 거제도로 일자리를 구해 떠난 남자친구(현재 남편)의 얘기를 들려줬고, 석양을 등지고 노를 젓던 여고생의 모습이 소양강 처녀 노래로 만들어졌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당시 남자친구가 거제에는 동백꽃이 한창이라는 편지를 썼고, 반 선생에게 동백꽃에 대해 묻자 노랫말에 춘천에선 볼 수 없었던 동백꽃이 등장했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박씨는 “‘반 선생이 너의 사연을 노랫말로 썼으니 나중에 음반이 나오면 춘천으로 와 전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고 말했다. 1983년 박씨 가족이 사업을 정리하고 춘천을 떠나면서 반 선생을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이들의 사연을 스토리로 제작해 관광상품화 할 계획이다. 만남을 주선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소양강 처녀의 탄생 등을 주제로 한 스토리를 입혀 주변이 관광명소가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춘천시는 의암호 스카이워크 전망대 개장에 맞춰 두 사람의 스토리를 뮤지컬로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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