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3.1%, 물가 0.9% 수정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몇 달 만에 더 낮게 내려 잡았다. 3%대 초반 성장률을 간신히 지탱하면서 작년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다 2%대 성장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대(1.9→0.9%)로 낮췄다.
한은은 9일 ‘2015년 경제전망(수정)’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1월 전망치(3.4%)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으로, 작년 성장률(3.3%)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1월 1.9%에서 0.9%로 1%포인트나 낮췄다. “국제 유가 하락, 공공요금 인하, 낮아진 1분기 실적 등을 반영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민간소비와 투자 전망 모두 3개월 전보다 후퇴했다. 민간소비 증가율(2.3%)은 올 들어 완만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소비 심리와 가계부채 부담 등이 상존해 종전 전망치(2.6%)보다 낮아졌고, 설비투자(5.4%)와 상품수출 증가율(2.9%) 역시 종전보다 0.6%포인트, 0.5%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GDP가 다시 집계됐고, 특히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3%로 예상(0.4%)보다 부진했다”라며 “금년에도 성장 물가 추세를 감안하면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최근 지표 흐름 상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점차 가시화하면서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하나마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이다. 이 총재는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인 미국과 비슷해 회복세를 나타내는 등 경제가 2분기에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곳곳에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한은은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 지연, 중국의 성장세 둔화, 일본의 양적완화 추가 실시에 따른 엔화 약세 등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이 잇따라 2%대 전망을 하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3.8%)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한은마저 하향 전망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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