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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왜 해요?" 무기력한 아이에겐 공부 몰입할 수 있는 환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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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왜 해요?" 무기력한 아이에겐 공부 몰입할 수 있는 환경부터

입력
2015.04.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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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지쳐 상처받은 학생에게 "지적 활동은 즐겁다" 믿음 심어줘야

부모와 독서 함께 하고 나눈 대화는 긍정적 사고와 습관 갖는 데 도움

공부는 인간을 성장시킨다. 그저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돈을 벌고, 명예를 얻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아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세상을 알아 나간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 아이는 공부를 못하는 것일까?

도서 ‘공부 못하는 아이는 없다’의 저자 박민근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마인드체인지 원장은 “일방적 평가와 주입식 교육으로 ‘학습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공부 방법으로 아이가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의 도움으로 공부에 흥미와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에게 의욕을 북돋는 방법을 소개한다.

학습 의욕을 불어넣어야

명문대 2학년인 현지는 깊은 공부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학교에 다니고 공부할 일을 생각하면 아득해지기까지 한다. 고교 시절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학교와 가정에서도 열렬히 현지를 채찍질했다.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지만 사실 현지에게 공부는 ‘남들이 시켜서 할 수밖에 없던’ 끔찍한 기억일 뿐이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현지처럼 살아간다. 공부를 재미 없는 것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짐으로 여기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학습 열의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걱정하지만, 대개의 경우 어른과 사회의 탓이 크다. 특히 아이가 ▲학습 목적을 모를 경우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부모, 친구관계의 실패를 겪는 경우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고 싶다면, 우선 공부의 즐거움을 알려줘야 한다. 공부를 통해 일정한 성취를 얻을 때 아이들의 학습 의욕은 높아진다. 아이들에게 성취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선순환 구조’를 알려줘, ‘지적 활동은 즐겁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바로 ‘학습 의욕’을 불어넣는 것이다. 박민근 소장은 현지에게 자신의 요구와 바람에 충실하라는 내용이 담긴 ‘행복한 이기주의자’(웨인 다이어 지음)를 권해 천천히 학습 의욕을 되살렸다. 박 소장은 “아이가 학습에 대해 긍정적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어떤 경우에도 공부하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기주도 학습 습관 들이기

중학교 1학년인 정민이는 학습 의욕이 전혀 없는 무기력한 아이였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목적도 없었다. 정민이는 우선 3개월 동안 ‘마지막 잎새’ 등을 읽고 ‘왜 사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도 가졌다. 반에서 20등을 밑돌던 정민이의 성적은 1등으로 올랐다.

물론 단순히 공부 의욕을 찾았다고 성적이 껑충 뛰어오르는 것은 아니다. 정민이에게는 공부의 재미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자기주도학습법’이 주효했다.

우선 수학 문제집을 새롭게 구입한다. 그리고 매일 수학 10문제 풀기에 도전한다. 7문제는 쉬운 것으로, 3문제는 어려운 것으로 택한다. 이 10문제로 하루 1시간 정도 수학 학습을 한다.

잘 풀지 못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는 담당 교사나 학원에서 지도를 받는다. 과외처럼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질문하고 설명을 듣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학에서 잘 모르는 부분을 학습할 수 있도록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한다. 1학기 내용과 2학기 내용이 각각 절반씩 되도록 스케줄을 구성해야 한다. 복습도 중요하지만 예습을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의와 10문제 풀기는 유기적으로 구성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은 후 복습 형태로 관련 문제를 푸는 게 효과적이다. 이 때 전체 수학 학습 스케줄(적어도 3개월 이상)을 짜고, 세부적인 한 달 계획, 주간계획을 구체적으로 짠다.

수학 공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하루에 영어 지문 3개 해석하기에 도전한다. 이렇게 하면 수학 1시간, 영어 1시간의 자기주도 학습 시간이 형성된다. 시간이 넉넉한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시도하면 더 효과적이다.

공부 습관이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중3인 윤서는 어릴 때부터 영재 검사에서 늘 상위 그룹에 속했다. 그런데 최근 방황이 시작되더니 전교 최상위권이던 성적도 지난 기말시험에서 중상위권으로 미끄러졌다. 이전까지 윤서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늘 혼자 예습과 복습을 하는 공부 습관이 잡혀 있었다. 그런 윤서가 지난 겨울방학부턴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보였다. 윤서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공부는 지루한 반복의 과정이다. 수업 시간에는 수차례 반복하며 같은 개념을 학습해야 하고, 한번 공부한 개념들도 까맣게 잊어버려 다시 공부해야 한다. 이런 쉽지 않은 과정을 견디는 아이만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다. 특히 습관화된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아이에게 공부 습관만 맹목적으로 강요하면, 조그만 일에도 습관은 흐트러지고 만다.

중3인 윤서는 ‘공부에 쏟아 붓는 노력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를 처음 느꼈고, 답답한 현실은 대학에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공부도 스스로 즐거워서라기보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했을 뿐이었다. 윤서에게는 공부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했다. 부모와 함께 독서를 한 후 나눈 대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화가 주효했다.

언어 습관을 통해서 아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고, 얼마나 긍정적인지를 알 수 있다. 우선 아이의 대화를 여러 차례에 걸쳐 1시간 가량 녹음한다. 혹은 노트에 긍정적 내용과 부정적 내용의 빈도를 기록해 본다. 대화 내용 중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이 4대1 정도라야 바람직하다. 긍정의 비율이 너무 높다면 ‘지나친 낙관주의’로 거짓말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하고, 부정의 비율이 더 높다면 아이의 비관성을 염려해야 한다.

또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원히’라는 단어 보다 ‘이번만’, ‘잠깐’ 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 사고ㆍ대화 습관이다. 어떤 일의 ‘전부’보다 ‘일부’가 잘못이고, ‘내 탓’ 보다 ‘다른 원인’을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령 “엄마, 이제 완전히 틀렸어, 전부 내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비관적인 표현이다.

1등만을 강조하거나 늘 높은 성적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아이에게 게으름이나 목적 상실을 가르쳐서도 안 된다. 우리 교육이나 입시 제도는 문제가 많지만, 공부 자체가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것도 아니다.

박민근 소장은 “아이가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공부를 즐길 수 있는 내면을 만들어 아이가 공부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특성을 많이 연구하고, 독서 지도, 적절한 자기주도학습법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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