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방송 진행자가 사석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을 풍자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로 방송출연이 금지될 위기에 처했다. 인터넷에서는 “지금이 문화대혁명 시대냐” “중국이 북한이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논란은 지난 6일 인터넷에 관영 CCTV 사회자 비푸젠(畢福劍ㆍ56ㆍ사진)이 7, 8명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현대판 경극의 한 소절인 ‘우리는 노동자 농민의 군대’를 부르는 동영상이 유포되며 시작됐다. 그는 마오쩌둥의 4번째 부인인 장칭(江靑)이 주도해 만든 혁명모범극인 ‘즈취웨이후산(智取威虎山)’에 나오는 이 노래를 부르며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추임새를 넣는 방식으로 마오 전 주석을 비꼬았다. 비푸젠은 “인민해방군은 수십년간 혁명을 일으켰지”라는 노래 가사 뒤엔 “아이고, 너무 힘들었지”라고 읊었고, “공산당 마오 주석”이란 가사 다음에는 “뭐? 그 XX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우릴 너무 고생시켰지”라고 말했다. 또 “인민의 군대는 웨이후산을 평정하러 왔지”라는 끝 구절엔 “허풍떠네”라고 꼬집었다. 그는 춘절(春節ㆍ중국의 설) 종합 연예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의 사회를 맡는 등 중장년층에 인기가 높아 중국의 ‘국민MC’로 불린다.
참석자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뒤 관영 매체들은 앞다퉈서 비푸젠을 도마에 올렸다. 환구시보(環球時報)와 법제일보 등은 “인민해방군과 개국 지도자인 마오쩌둥에 대해 불경한 말을 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중국청년망은 “전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평론을 실었다. 일각에선 “당시 식사자리에는 주중미국대사관 관계자 등 외국인도 있었다”며 “비푸젠이 이들 앞에서 당과 지도자를 모욕했다”고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CCTV는 8일 밤 비푸젠이 CCTV 사회자의 신분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쳤다며 관련 규정 등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는 CCTV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매주 토요일 그가 진행해온 장기자랑 프로그램 ‘싱광다다오’(星光大道)도 이미 드라마 ‘왕다화(王大花)의 혁명생애’로 대체됐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너무 과도한 처분”이란 목소리가 많다. 한 네티즌은 “이젠 친구들과 편안하게 밥 먹을 때도 농담을 해선 안 된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무쯔슝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중국인은 “전 세계에서 자국 지도자에 대해 마음대로 얘기할 수 없는 나라는 중국과 북한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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