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클레이코트 챔피언십 16강 진출
플레이 스타일ㆍ인터뷰 등 대서특필
“한국은 테니스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10대 선수인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테니스의 ‘흑역사’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정현이 9일 남자프로테니스(ATP) 공식 홈페이지에 대서특필됐다. ATP는 정현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진행 중인 ATP투어 US클레이코트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투어 대회 16강에 오르자마자 그를 한국 테니스를 바꿀 선수로 점 찍었다. 정현은 이 대회에 15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라이언 해리슨(23ㆍ미국ㆍ112위) 이후 본선에 출전한 가장 어린 선수가 됐다.
또 2015년 ATP 투어 본선에 진출한 여섯 번째 10대 선수다. ATP는 정현이 “2007년 ATP 랭킹 최고 36위까지 올랐던 이형택(39) 이후 최고의 선수”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정현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도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형택 이후로는 한국 테니스에서 좀처럼 전도유망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현은 ATP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런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에서 테니스가 주목 받지 않은 종목이라서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현은 “한국에서는 테니스가 미국처럼 인기 있는 종목이 아니다. 테니스를 잘 아는 사람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나를 향한 기대가) 날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현이 비록 한국에서는 비인기종목 설움을 받고 있는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거의 ‘테니스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가정 환경에서 자라났다. 형 정홍(22) 역시 정현과 같은 테니스 선수이며, 아버지 정석진씨는 정현의 모교인 수원 삼일공고의 테니스부 감독이다. 하지만 가족들 누구도 정현에게 ‘테니스 스타’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버지 정씨는 최근 아들이 이루고 있는 성과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정현은 “아버지는 일부러 테니스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내가 부담을 갖지 않고 테니스를 즐기며 플레이 하길 바라신다”고 전했다.
ATP는 정현의 플레이 스타일과 개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열했다. 180㎝의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그라운드 스트로크와 포핸드, 백핸드는 그의 랭킹을 1년 사이에 370위대에서 110위대까지 밀어 올렸다. 약시 때문에 착용하는 그의 특수 안경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지난달에는 투어 대회 중 메이저 대회 다음으로 등급이 높은 대회인 마이애미 오픈 본선에 출전해 랭킹 8위의 토마스 베르디흐(30ㆍ체코)와 맞붙었다. 톱 10 안에 드는 선수와 처음 실력을 겨뤄 본 정현은 “마치 텔레비전 속에서 경기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기분을 설명했다. 워낙 짧은 시간 동안 비약적인 성과를 이뤘기 때문에 정현에게는 아직 큰 무대가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현 역시 명실공히 닉 키르기오스(20ㆍ호주ㆍ34위), 보르나 코리치(19ㆍ크로아티아ㆍ55위) 등 테니스 신예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 동안 키르기오스, 코리치를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단계였다면, 이제 이들을 따라잡는 일이 눈앞의 과제가 된 셈이다. 정현은 “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힘 줘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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