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모노레일 이달 23일 개통… 시승객들 "하늘 달리는 타임머신"
내부 시설 불연재ㆍ안전요원 탑승 등 유사시 대비 안전 설계에 최우선
1ㆍ2호선과 함께 하루 61만명 수송… 시간 절감 등 직접 효과만 4조원대
대구가 다시 보였다. 대구토박이로 50년을 살아왔음에도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바라본 도심의 풍경은 분명 낯설었다.
지상 12m 높이의 3호선 모노레일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달라진 시선 때문이었다. 평지에서만 수십 년간 봐왔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가 그 12m의 차이 만으로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다.
도시철도 3호선은 대구 북구 동호동-수성구 범물동 23.95㎞를 관통하는 모노레일이다. 땅 위로 나오기 전까지는 ‘지하철’로 통했는데, 모노레일이 등장하면서 ‘도시철도’라는 용어로 통일됐다.
3호선은 일반 교통수단이면서 관광열차의 역할도 하는데다 그 자체로 눈요기 거리가 되기도 한다. 밤낮없이 도심을 오가는 3호선에서 바깥을 내다보거나, 거리에서 도시철도를 올려보는 것 모두 색다른 구경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얻은 애칭이 ‘하늘열차’다.
대구에서 좀 살았다는 사람에게 3호선은 왠지 타임머신 같은 느낌을 준다. 창 밖을 응시하노라면 수십 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오버랩 된다.
흐린 날씨에 봄바람이 심술을 부리던 7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출발점인 칠곡경대병원역. 영업시운전 기간 중 마지막 시민 시승식이 이뤄진 이날 대구의 다문화가족과 중구 행복수호대원, 장애인 등 100여명이 탄성을 질렀다. 폭 85㎝에 불과한 모노레일 궤도가 자동으로 교차, 상행선이 하행선으로 바뀌었고 유선형의 노란색 객차 3량으로 연결된 전동차는 미끄러지듯 역을 출발했다. 이 열차에는 기관사가 없다. 무인운전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도시철도다.
바로 옆 대구체육고 운동장에서는 육상부 선수들이 단체로 트랙을 돌고 있고, 전동차 아래 팔거천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알록달록 꽃망울을 터뜨렸다. 매천시장역을 지나니 대구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과일과 채소 등을 실어 나르는 트럭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동차가 폭 387m의 금호강을 넘어선지 오래지 않아 대구의 명소인 달성공원 토성이 눈에 들어왔다. 1970년부터 동물원이 된 이곳에서 대구 시민들은 수문장인 류기성(1999년 74세로 작고)씨와 오랜 추억을 나눴다. 키 225㎝의 류씨는 1971∼98년 27년간 ‘키다리 아저씨’로 이곳을 지켰다.
다음 역은 국내 3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이다. 몇몇 아줌마들이 “장 보러 갈란다”며 내리는 시늉을 하고, 일행은 웃으며 말린다. 다들 동심으로 돌아간 얼굴이다.
전동차는 2호선 환승역인 신남역에서 갑자기 창문이 우윳빛으로 흐려졌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창문 흐림 장치’를 시험 작동한 것이었다. 전동차는 1호선 환승역인 명덕역을 지나 신천을 가로지른다. 전동차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수직으로 내려다보니 곧 바로 땅바닥이 보이는 것이 천길 낭떠러지라도 된 듯하다. 모노레일 궤도의 특성상 시야가 앞뒤는 물론 아래 위로도 확 트여있었다. 신천을 건너 대구의 8학군으로 불리는 수성구로 들어서니 갑자기 학원 건물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수성시장역에서 수성구민운동장역으로 90도 꺾어지는 구간의 아파트 외벽에는 이육사와 이상화, 서상돈 등 대구가 배출한 인물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다. 시승객들은 조금만 신기하다 싶으면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중국 선양에 살다 대구에 온 지 8년 됐다는 이숙분(50ㆍ여)씨는 “모노레일을 타고 대구 도심을 내려다보니 신기하다”며 “가장 좋은 것을 꼽으라면 높은 곳에서 맛보는 대구의 신선한 공기”라고 말했다.
전동차가 동대구로를 달리다 수성못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종점인 용지역에 들어선 시각은 오후 3시 18분. 그러니까 평소 차량으로 72분 걸리던 구간을 48분 만에 관통한 것이다. 시승객들은 일단 시간을 단축시킨 점에서 합격점을 주었다. 하지만 폭 좁은 단일궤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쏠림현상, 도심 구간의 어지러운 경관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거들었다. 중구 남산2동 주민자치위원장인 김영호(57)씨는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반면 오래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도심 일부 지역은 오히려 눈에 거슬렸고, 진동에다 곡선구간에서는 전동차가 쏠리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용모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곡선 구간에서는 쏠림 현상이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3호선의 진동은 1ㆍ2호선보다 약한 것으로 측정됐다. 3호선 구간의 주변 도심환경은 계속 가꿔나가겠다”고 답했다.
당초 3호선은 지난해 말 개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995년과 2003년 두 번의 대형지하철참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대구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동절기 시운전을 모두 거친 후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시민들을 모셔라”는 권영진 시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시민들의 불안을 감안, 비상시 열차 운전이나 승객 대피를 담당할 안전요원 1명을 전동차에 탑승토록 했다. 전동차의 의자와 벽, 천장 등을 불연재로 만들고 30개 전 역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 것은 물론 국내 처음으로 객차 당 7개의 물분무형 소화 노즐을 달았다. 4분 30초동안 물안개 형태로 뿌려지는 소화설비는 유독가스 배출장치와 함께 인명보호의 선봉에 선다.
3호선은 운행장치가 2중이어서 주장치가 작동되지 않아도 달린다. 자체주행이 어려울 경우 뒤따라가는 후속열차가 밀고 갈 수 있고, 승객들이 전동차 전면의 비상문과 건넘판을 통해 다른 열차로 옮겨 탈 수도 있다. 전동차 당 4개가 장착된 스파이럴 슈트(나선형 탈출장치)를 통해 지상으로 탈출할 수도 있다. 히타치 기술로 국내 첫 도입된 스파이럴 슈트는 올해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 모노레일에도 장착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 세계 14개국 46개 노선에서 50년 이상 운행 중인 모노레일에서는 지금까지 1건의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3호선은 초속 70m의 강풍에도 전복되지 않도록 설계됐으나 안전을 위해 25m가 넘으면 전동차 운행을 중단토록 했고, 폭설 때는 전동차 앞뒤로 설치된 제설기가 눈을 치우고 달리게 된다.
3호선에 거는 기대도 크다. 2006년부터 1조4,913억원이 투입된 3호선은 하루 35만9,000명을 수송하는 1ㆍ2호선과 함께 총 61만명을 실어나르게 된다. 또 차량운행비과 교통시간 절감 등 직접효과는 4조4,106억원으로 추정되고 지역개발과 역세권 및 주차공간 확대 등 간접 효과도 상당하다. 여기다 생산유발,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 하게 된다.
대구시는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기간(12∼17일)인 15일 세계 각국의 기자단 100명을 초청, 3호선 시승식을 하는 등 물포럼 손님들을 모노레일에 초청한다. ‘하늘열차’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23일 개통한다.
대구=글ㆍ사진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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