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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경기에서 여자 축구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스트라이커 ‘지메시’ 지소연(24ㆍ첼시 레이디스)은 그렇게 A매치(국가대항전) 홈 경기에 대한 ‘한’을 풀었습니다. 대표팀은 단일 친선 경기로는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유럽의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안방 관중에게 여자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당연히 여자축구의 보물 같은 존재인 지소연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러시아 선수들 사이를 161㎝의 작은 체구로 헤쳐나가며 슈팅을 날리는 모습은 과연 그가 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 비유되는 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지소연은 지난달 27일 1차전에서는 후반 28분 투입된 후, 경기 막판 극적인 결승골을 만들었고, 8일 대전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추가골까지 뽑아냈습니다. 여기에 여자축구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 불리는 ‘박라탄’ 박은선(29ㆍ로시얀카)이 가세하면서 러시아 선수들의 발을 꽁꽁 묶었습니다.
두 경기에는 총 1만 명 가량의 관중이 찾았고,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짜릿한 승리였습니다. 1차전 지상파 중계 시청률도 4%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지소연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실수가 많았다”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는 A매치 홈경기이기 때문에 더 잘했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을 것입니다. 그는 런던에서 인천까지 10시간 넘는 비행에도 시차 적응을 위해 쏟아지는 잠을 참았다고 털어놨습니다. 홈 관중에게 여자 축구를 제대로 선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소연, 박은선을 포함한 여자월드컵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아시안게임, 동아시안컵 등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친선 경기를 가진 것 자체가 생애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남자축구의 경우 1년에 평균 2,3번 정도는 홈에서 친선 경기를 치르는데, 이는 A매치를 위한 별도의 국고 지원이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 여자 축구는 청소년 축구와 마찬가지로 친선 경기만을 위한 예산 편성이 따로 책정되지 않습니다. 없는 돈을 만들어서 치를 수는 없으니 기업 스폰서가 필요한데, 사실상 여자 축구에 대한 인지도가 턱없이 낮아 기업들이 나서지 않는 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 측의 설명입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대표팀의 캐나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2019년 여자월드컵 대회 유치 도전이 이슈화가 된 것이 바탕이 됐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은 러시아와 1차전을 치르기 전 ‘한국 여자 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합니다. 우리 여자축구 대표팀에도 세계 톱 플레이어와 비견되는 ‘지메시’와 ‘박라탄’이 있다는 사실, 아마 그것을 선수들은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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