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마무리 투수 윤길현(32)은 짧은 시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7일 인천 kt전에서 팀이 3-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선두 타자 배병옥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순조롭게 세이브를 수확하는 듯 했다.
하지만 후속 이대형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이후 도루까지 허용하며 순간 2사 2루에 몰렸다. 또 3번 박경수의 우전 안타, 4번 앤디 마르테의 볼넷으로 베이스를 꽉 채웠고 5번 조중근을 상대로도 연속 볼 3개를 던졌다.
승리를 날릴 뻔한 상황에서 윤길현은 4구째 공을 몸 쪽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다. 한 숨을 돌리고 나서 또 같은 코스에 공을 던졌고 조중근의 방망이는 돌아갔다. 높이 뜬 타구는 우익수 뜬 공으로 잡혔다. 그렇게 윤길현은 세이브를 짜릿하게 거뒀다.
윤길현은 8일 인천 kt전에 앞서 “무아지경으로 던졌다”면서 당시 상황을 돌이켜본 뒤 “결과가 좋았기는 하지만 내용은 안 좋았다. 블론 세이브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사 만루 3볼 상황에 몰릴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무아지경 상태로 던졌다. 원래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하지 던지는 사람은 괜찮은 법이다. 윤희상은 ‘도저히 못 보겠다’고 하더라. 결과가 좋았기는 하지만 내용은 안 좋았다. 블론 세이브를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긴박한 순간에도 침착함이 돋보였는데.
“개인의 1세이브, 팀의 1승은 전력분석 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통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몸 쪽 승부를 잘 안 하는데 조중근에게 과감히 몸 쪽으로 찔러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전력분석 팀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짧은 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 들지 않았는지.
“맞다. 쫄깃쫄깃 했지만 막으니까 짜릿하더라. 앞으로 주자를 안 내보내고 깔끔하게 막도록 하겠다.”
-마무리 투수로 부담감은 없는지.
“주위에서 자꾸 강 팀이라고 하니 부담도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작년에는 임시 마무리였고 올해는 처음부터 마무리를 맡아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마운드에서 가진 것만 보여주자는 생각이다.”
-올 시즌 목표는.
“따로 잡아둔 수치는 없다. 단지 이기는 경기에 많이 나가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인천=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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