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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빚 첫 감소… 늪서 서서히 탈출하는 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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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빚 첫 감소… 늪서 서서히 탈출하는 LH

입력
2015.04.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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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항동 지구 민간에 첫 개방, 초기 사업비 112억 줄이는 효과

공기업 최초 '복지 축소' 노사 협약

재무구조 개선… 영업이익 1조 돌파

작년 금융 부채 100조 아래로… 올들어 96조원으로 2조 더 줄여

#. 121만3,000㎡ 부지에 8,709가구가 들어설 경기도 고양시 향동 택지개발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겐 조금 특별한 곳이다. LH만의 독점 영역이던 택지개발사업에 지난해 최초로 민간을 참여시킨 곳이기 때문이다. ‘대행개발’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민간기업이 LH를 대신해 택지 조성 공사를 해주고 그 대가로 돈 대신 아파트를 지을 땅을 받는 게 핵심이다. 이곳에선 현재 호반건설이 상하수도와 도로 등의 공사를 하고 있다. 사업비용을 조금이라도 덜 써서 부채를 줄이려는 LH의 궁여지책인데, 이 덕분에 초기 사업비만 112억원을 절감했다. LH는 이런 민간 참여 모델을 통해 2017년까지 14조원의 부채를 줄일 계획이다.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로 LH 본사 로비에는 매일 금융부채 현황을 볼 수 있는 가로 7m 세로 2m의 대형 ‘부채 시계’(사진)가 걸려 있다. 이재영 LH 사장의 지시로 탄생한 이 불명예 전광판은 임원과 직원 모두 똘똘 뭉쳐 빚을 줄여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렇게 LH의 치부를 드러낸 결과 전광판의 숫자는 지난해 15자리에서 14자리로 자릿수를 하나 줄였다.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LH의 금융부채에 첫 브레이크가 걸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재무건전성도 모두 개선됐다. LH가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 것 같은 부채의 늪에서 조금씩 발을 빼내는 모습이다.

8일 LH에 따르면 지난해말 금융부채는 98조5,000억원으로 전년(105조7,000억원)보다 6.8%(7조2,000억원) 줄었다. 금융부채가 감소한 건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친 통합공사 출범 이후 처음. 통합 이듬해 91조6,000억원을 시작으로 2012년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해마다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이날 현재 전광판에 찍힌 금융부채는 96조5,396억원으로 올 들어 3개월여간 추가로 2조원 가량을 더 줄였다.

경영성과도 전반적으로 많이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6% 증가한 21조2,419억원, 영업이익은 34%나 급증한 1조1,11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8,479억원으로 전년도(7,108억원)보다 19% 늘었다.

재무구조 개선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었다. 우선 문어발식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미분양 우려가 있는 중대형 분양 주택 사업 추진은 중단했고 임대주택 관리 업무도 임차인 선정 등 공적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에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당장 지난달부터 김포지역 2개 단지 국민임대주택 운영을 1년간 민간에 위탁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특권의식도 버렸다. LH만의 고유 사업으로 생각했던 개발사업을 민간에 개방한 게 대표적이다. LH 관계자는 “대행개발이나 공공임대리츠(민간자금 유치 후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사업 방식 다각화로 작년 한해만 2조3,000억원의 민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대형 공기업 중엔 처음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늘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자녀 학자금 지원, 휴직급여 등도 대폭 축소했다.

이런 안팎의 노력은 신용등급 부채 축소와 함께 신용도 상승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LH의 신용등급(A1 →Aa3)을, S&P는 등급 전망(안정적 →긍정적)을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들 신용평가기관들은 “그간 급증하던 부채증가 속도를 볼 때 LH의 부채 감축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해의 성과가 매우 고무적이긴 하지만 LH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높은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자산(171조6,000억원)의 80.3%가 부채(137조9,000억원)일 만큼 빚의 무게가 무겁다. 통합 전부터 계속 문제가 됐던 중복투자, 과잉공급 등으로 떠안고 있는 미분양 주택도 많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토지개발이나 주택건설 같은 부문은 더욱 과감히 민간 부분에 넘기고 LH는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사업에 집중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정권의 정책적 과제들도 검토 없이 무조건 떠맡아 나중에 빚을 떠안지 않도록 정부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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