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프로에 와서 8년 만에 거둔 첫 선발승. 두산 좌완 진야곱(26)은 어머니의 이름부터 꺼냈다. 진아곱은 8일 잠실 넥센전이 끝난 뒤 “야수들의 도움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팀이 개막 3연승을 달리다가 내가 등판한 날부터 4연패에 빠져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잠실에서의 선발승을 늘 꿈꿨다. 어머니가 행여 아들에게 부담을 줄까 경기장에는 못 오시고 교회에서 기도하고 계실 거다. 어머니께 첫 승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넥센 강타선을 맞아 5이닝을 4피안타 3실점으로 막았다. 9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5개로 많았지만 최고 시속 146㎞의 직구, 주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팀의 9-4 승리에 일조했다.
2008년 2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진야곱이 1군 무대에서 선발승을 따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까지 그는 통산 42경기에 등판해 2승2패2홀드를 기록했고, 2승 모두 구원 투수로 나와 수확했다. 가장 최근 진야곱이 승리 투수가 된 것도 데뷔연도인 2008년 9월4일 잠실 한화전, 무려 6년7개월(2,407일)만에 통산 3번째 승리를 따낸 순간이었다.
진야곱은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이현승과 5선발 경쟁을 했지만 고질적인 약점인 불안한 제구 탓에 선배에게 밀렸다. 하지만 이현승이 시범경기 막판 왼 중지가 미세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자 한달 간 임시 선발 노릇을 하고 있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3이닝 6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던 그는 이날도 출발이 좋지 않았다. 1회에만 피안타 없이 36개의 공을 던지면서 볼넷 4개로 1실점했다. 여전히 컨트롤이 들쭉날쭉 했던 진야곱은 2회와 3회에도 각각 1실점씩을 했다. 그러나 4~5이닝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5회에는 넥센 4번 박병호를 커브로 스탠딩 삼진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진야곱은 “경기 초반 공이 마음먹은 대로 들어가지 않았는데 (양)의지 형이 편하게 리드해 줬다. 고맙다”며 “최주환 형이 첫 승 공을 챙겨주더라. 기분 좋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2008년 첫 해를 보내고 구위나 심적으로 정말 자신 있었는데 허리 통증으로 2년을 날렸다. 이후에는 여러 사정으로 내가 잘 못했다”며 “정말 간절히 공을 던지고 있다. 좋은 기회가 찾아온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던지겠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경기 후 “진야곱의 초반 제구가 불안했지만 위기를 극복하며 점차 좋은 피칭을 했다. (진)야곱이 본인이나 연패 중인 팀 모두에게 귀중한 1승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