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청문 보고서 채택 동의 먼저"
명분 싸움 속 장기표류 가능성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축소ㆍ은폐 수사 개입여부가 청문회 과정에서 명쾌하게 해명되지 못하면서, 대법관 임명동의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임명동의안이 장기표류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8일 여야 간사 회동을 통해 청문회 재개 여부 및 처리 방법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청문회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 완고한 야당 청문위원들이 여당이 제시한 ‘청문보고서 채택 동의 후 청문회 연장’ 카드에 대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버티면서 청문회 연장 종료시점인 9일에도 청문회가 열리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 야당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연장의 전제조건은 법무부가 박종철 사건 3차 수사기록을 위원들에게 공개해 청문 위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자료를 검토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9일 법무부가 자료를 공개하더라도) 자료를 검토해 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물리적ㆍ현실적으로 (청문회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공은 국회의장에게 넘어간다. 현행 국회법이 청문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까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여당의 직권 상정 요구를 바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정 의장은 지난 2월 야당이 이완구 총리 후보자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을 때도 권한을 사용하지 않고, 여야 원내 지도부의 합의를 이끈 바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청문회 공전 이후 여야가 정 의장 주재의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장외 여론전도 병행, 박 후보자 임명과 낙마를 위한 명분 싸움을 지루하게 벌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여당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로 사법부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다”는 논리로 본회의 상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야당은 “이 땅의 민주화의 토대가 된 박종철 사건 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민주적 정당성을 근거로 낙마를 촉구하는 그림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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