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박스권 일단 돌파, 연초 대비 140포인트 이상 올라
펀드 환매 우려 누그러지고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도 한몫
기업 실적 개선 여부 불확실해 추가 상승은 좀더 두고 봐야
8일 코스피지수가 7개월 만에 2,050선을 뚫었다. 코스닥지수는 7년여 만에 670선 탈환을 앞두고 있다. 두 지수 모두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외국인이 든든히 수급을 받쳐준데다, 1분기 괜찮은 성적을 낸 삼성전자 덕에 실적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4년간 지루한 박스 장(1,800~2,050)에 갇혔던 코스피지수가 박스 상단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 풀려있는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수급), 미국 금리 인상 지연 전망(대외악재 해소), 기준금리 1%대 시대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심리) 등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결과다. 상승 시도 때마다 발목을 잡아온 펀드 환매 우려도 한층 누그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상승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23포인트(0.60%) 오른 2,059.26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9일(2,053.82) 이후 최고다. 지수는 오후 한때 2,060.19까지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1,28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추가 상승 동력지표로 활용돼 ‘주가의 그림자’라 불리는 거래대금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1년 당시(6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6조4,000억원에 달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세계 유동성 확대, 초저금리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강화, 대외 불안 완화 등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140포인트 이상 올랐다”라며 “현재 2011년 5월 2일(2,228.96) 사상 최고치의 92% 수준으로 8%만 더 오르면 최고치 경신도 가능하다”고 낙관론을 제시했다.
코스닥지수는 1.20포인트(0.18%) 오른 668.03에 거래를 마치며 670선 턱밑까지 닿았다.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연고점을 다시 높였다.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역시 각 178조3,000억원, 2조97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상승은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946억원 매수)과 기관(599억원 매수)이, 코스닥시장에선 개인(573억원 매수)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올 들어 3조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다 유럽이 내년 9월까지 계속 돈을 풀 예정이고 중국 역시 금리 인하 등에 나서면서 넘쳐나고 있는 글로벌 자금의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에 지친 개인 투자자도 차츰 증시에 입성하고 있는 양상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비중은 직전 2년간 45%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51%로 뛰어올랐고, 이날은 60%에 달했다. 유동성 랠리를 가로막던 펀드 환매 물량도 거의 소진되는 분위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월 중순 3,000억원, 최근 이틀간 각 1,000억원대에 달했던 투신권(자산운용사) 매도는 이날 639억원에 그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코스피지수가 2,000~2,050선에 머물면 펀드 환매가 늘었지만, 2,050선을 돌파하면 오히려 펀드에 자금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유동성 랠리가 기초가 탄탄한 실적 랠리로 이어지려면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고, 무엇보다 다른 업종에선 실적 개선 여부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4년간 박스 장에 갇힌 이유 중 하나가 수년째 이어져 온 기업들의 어닝 쇼크(예상보다 심한 실적 악화) 때문이었다는 학습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상승을 주도했던 중소형종목은 과열 양상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추가 상승을 위해선 대형주의 상승이 절실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업종마다 주도주가 없을 만큼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라며 “확실한 박스권 돌파를 위해서는 1분기 실적을 통해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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