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우려되는 미국의 잇단 일본 과거사 편들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우려되는 미국의 잇단 일본 과거사 편들기

입력
2015.04.08 18:19
0 0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한일 과거사 갈등 문제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미 국무부에서 한ㆍ중ㆍ일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대니얼 러셀 동ㆍ아태 차관보다. 방일 중인 그는 6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일본군대 위안부는 인신매매의 피해자’라는 최근 아베 일본 총리의 언급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 “정치 지도자의 값싼 박수” 발언에 이은 또 하나의 일본 편들기라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7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 인터뷰에서 행위주체를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군 위안부를 단순하게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해 우리국민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일본정부와 군대의 책임을 비껴가려는 의도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러셀 차관보가 문제의 아베 총리 언급을 긍정 평가한 것은 명백히 균형을 잃은 처사다. “여성학대와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미일 공통의 대처는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한층 강화된다”는 전제하에 한 말이라도 해도 달라질 게 없다.

앞서 지난 2월 말 셔먼 정무차관은 한 세미나에 참석해 “과거사는 한ㆍ중ㆍ일 모두의 책임”이라며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과거사 갈등을 촉발한 일본보다 한국과 중국에 더 책임을 묻는 맥락이기 때문이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도 오늘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 국방장관 회담 참석에 앞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ㆍ미ㆍ일 협력의 잠재적 이익이 과거의 긴장과 현재의 정치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이 역시 일본의 과거사 도발 책임을 외면한 발언이다.

아시아 회귀 및 재균형 정책을 밀어붙이는 미국으로선 한ㆍ미ㆍ일의 긴밀한 협력 강화는 절박한 과제다. 과거사 갈등으로 그런 과제가 차질을 빚고 있으니 미국의 초조함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정책에서 일본에 두는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안다. 그렇다고 사태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에 눈감고 일본에 기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국 조야를 대상으로 물적ㆍ인적 자원을 동원한 일본 민ㆍ관의 대대적인 공세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 외교는 뭐했나 하는 자괴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문제의 본질을 바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사 갈등 책임을 외면한 채 균형 잃은 일본 편들기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임을 미국 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