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1800곳 조성
언제 어디서나 농업 활동 가능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활용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 작업복 차림에 밀집모자를 눌러 쓴 40대 부부가 호미와 갈퀴 등 농기구를 들고 집을 나선다. 재잘거리며 부부를 따르는 아이들의 손에는 물뿌리개와 소쿠리가 들려있다. 이들이 집에서 걸어서 10여 분을 가자 잘 가꿔진 텃밭에 상추와 쪽파 등 각종 채소가 파릇파릇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부부가 무너져 내린 밭 귀퉁이에 흙을 돋우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부지런히 채소에 뿌렸다. 이러한 풍경이 2018년이면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시가 2018년까지 5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심텃밭 1,800곳을 만든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심 텃밭이 조성되고, 낙엽과 음식물쓰레기 등 버려지는 자원이 이 텃밭의 퇴비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도시농업은 뉴욕, 밴쿠버, 도쿄 등 세계 주요도시가 환경문제와 도심생태계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는 도시농업이 부가가치를 높일 6차 미래산업이자 다양한 도시문제를 해결할 묘안이라고 보고 지난 2012년을 도시농업의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시는 1,800곳의 도심텃밭과 함께 상자텃밭 13만 세트도 시민들에게 제공해 언제 어디서나 도시농업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동안의 도심텃밭은 주거공간과 거리가 있는 외곽지역 주말농장형이 대부분이었다.
시는 상반기 중 서울시내 유휴지와 폐부지 실태조사를 벌여 2018년까지 420㏊의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공간에는 ▦틈새텃밭(875곳) ▦공공시설 옥상텃밭(160곳) ▦싱싱텃밭(560곳) ▦학교농장(150곳) ▦공원커뮤니티가든(75곳)을 조성한다. 종합복지회관, 노인ㆍ장애인자활시설 및 정신보건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에 설치되는 ‘싱싱텃밭’은 도심텃밭 기능은 물론 원예치료효과도 병행한다.
시는 420㏊ 정도 규모면 도시농업 120년 역사를 지닌 영국 런던 수준의 도시농업 수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옥상농원, 수직농장 등 미래형 도시농업 모델도 시범 도입한다. 아파트, 공공시설 등에 옥상농원 25곳, 수직농장 2곳을 조성하고 시민들의 도시농업체험장 역할을 할 ‘도시농업존’은 은평구 혁신파크 내에 꾸민다.
가정에서 나오는 조리 전 음식물 생쓰레기의 5%는 도시농업 퇴비로 활용한다. 현재 추진 중인 ‘음식물 생쓰레기 퇴비화사업’을 확대해 올해 하루 20톤에서 2018년에는 110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매시장 등 서울시내 10곳에 생쓰레기 퇴비처리시설을 설치하고 퇴비제조기, 지렁이상자 등 퇴비화교육자재도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버려지는 도시자원을 재활용한 자원순환형 도시텃밭(2곳)과 함께 옥상 자투리텃밭 등에 빗물이용시설(120곳)도 설치하기로 했다. 서동록 경제진흥본부장은 “도시농업은 자연이 순환하고 생태계가 복원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가족과 이웃이 함께 텃밭을 가꾸는 공동체 도시, 생명의 도시 서울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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