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작년보다 42%나
1%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기적인 소득이 많지 않은 60세 이상 노년층들이 저금리로 인해 이자 소득이 줄고 집값 상승도 여의치 않자 재테크나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연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주택금융공사는 올 1분기 주택연금 가입자가 1,495명으로 전년 동기(1,056명)보다 41.6%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7년 출시된 주택연금의 가입자는 이로써 지난 달 기준 2만4,129만명까지 늘어났다. 출시 초기에는 연 가입자가 500~600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2년 이후 가입자가 크게 늘고 올 들어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자금을 지급받는 역(逆)모기지론이다. 3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65세 노인이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사망할 때까지 매월 81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의 인기 배경으로는 저금리와 부동산 침체 등이 꼽힌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매달 받는 주택연금의 실질가치가 높아졌고, 집값 상승 기대가 옅어지면서 주택연금 가입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연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연금액 산정은 ▦장기 주택가격 상승률 ▦기대수명 ▦금리 등 세가지 변수로 결정된다. 장기 주택가격 상승률은 높을수록, 기대수명은 짧을수록, 금리는 낮을수록 집값 단위당 연금액이 많아지는 구조다. 주택경기 침체와 고령화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연금액은 2012년 이후 4년 연속 줄어왔다. 주금공 관계자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연금액이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가입을 서두르는 이들도 많다”고 분석했다.
가입자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금공은 주택연금 가입연령 기준을 ‘주택소유자 기준 만 60세 이상’에서 ‘부부 중 1인 기준 만 60세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약 54만명이 새롭게 가입대상에 포함되고, 연간 약 1,000건 이상의 추가적인 주택연금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정부의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사망 시까지 확정된 연금이 지급되는데, 집값보다 지급액이 많아질 경우 주금공이 이를 부담하게 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금리까지 오를 경우 주금공의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추세면 앞으로 월 지급금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현재의 연금액을 유지할 경우 보증기관의 부실화가 불가피해진다”며 “예상 지급기간을 넘길 경우 손실액을 수급자의 자녀와 정부가 분담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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