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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비정규직 등 불안한 노동여건서 비롯… 젊은층 탓만 할 수 없다

입력
2015.04.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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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선호 현상이 비단 20대 대학생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 조사나 배우자 선호도 조사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공무원은 선망의 직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노동 여건을 개선해야 사회의 공무원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4년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은 여학생(15.6%)과, 남학생(9%) 모두 교사를 장래희망 1위로 뽑았다. 중학교도 여학생(19.4%)과 남학생(8.9%) 모두 교사를 1위로 꼽았고, 남자 초등학생만 1위를 운동선수(21.1%)라고 대답했다. 조사는 전국 초중고교생 18만402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밝힌 ‘2014 결혼리서치’ 결과에서도 미혼 남녀 1,000명이 희망하는 배우자의 직업 1위는 2013년에 이어 ‘공무원ㆍ공사 직원’ (남 13.3%, 여 11.3%)이 차지했다. 공무원ㆍ공사를 택한 비율이 남성은 전년도와 비교해 1.5%포인트 상승했고, 여성은 2.3% 포인트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직종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

이 같은 세태는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듀오의 김미연 주임은 “최근 어려워진 경제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녀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의 삶의 질 만족도는 75%로 의사ㆍ변호사 69%, 국민 평균 57% 보다 높았다.

하지만 세대와 남녀를 불문한 과도한 공무원 선호 현상은 인재를 편중시켜 사회의 성장 동력을 둔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젊은 세대가 지나치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함에 따라 창업, 신기술개발 등 잠재성장력의 확대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젊은 층의 공무원 선호 현상은 최근 청년들을 흡수하는 일자리가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 되더라도 구조조정으로 쉽게 잘리게 되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을 탓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의 ‘청년고용 현황의 정책과제’에 따르면 2013년 청년층 고용률은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50.9%에 한참 못 미치는 39.7%에 불과했다. 또 청년 취업자의 20%는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보다 못한 처지(계약기간 2년)에서 사회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백승대 교수는 “정부가 청년층의 공무원 선호 현상 등을 타개하기 위해 창업 장려 정책 등을 펴고 있지만, 실패 하면 재기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노동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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