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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기억과 치유

입력
2015.04.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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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54명의 '빈 방'

서울·안산서 동시 전시

형제·친구들이 찍은 사진전도

416기억전시관에 전시된 이불과 매트리스는 지난 1년간 겪어온 부모들의 풍찬노숙을 상징한다.
416기억전시관에 전시된 이불과 매트리스는 지난 1년간 겪어온 부모들의 풍찬노숙을 상징한다.

의자 등받이에 교복이 걸려있다. 책장에 교과서 학습지 만화책 사전이 꽂혔다. 벽면에는 B1A4, 인피니트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포스터. 전시 제목은 ‘빈 방’이지만, 방 주인이 2014년 4월 15일 수학여행을 위해 떠난 방에는 아직도 그들의 자취가 가득하다.

경기 안산시 고잔동 416기억전시관과 서울 통의동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사진전 ‘빈 방’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단원고 2학년 학생 246명 중 54명의 빈 방을 찍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14명의 사진작가들이 참여한 기록 사진에 인물들은 없지만 이들이 어떤 학생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가족과 친구, 이웃들이 남긴 포스트잇 메시지가 붙어 있다. “보고 싶다.” “하늘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렴.” “잊지 않을게.”

빈 방의 시간은 4월 15일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마다 추모의 노란 빛이 들어 있다. 부모와 친구들이 방의 주인을 추억하며 하나씩 쌓아 놓은 물건이다. ‘우리 수정이의 꿈은 비디오 저널리스트’ ‘우리 혜선이의 꿈은 교사’라 적힌 패널에는 이루지 못한 아이들의 꿈이 깃들어 있다. 2학년 4반 정휘범군의 방은 가족들이 이사를 떠난 뒤에도 새 주인이 유품을 그대로 남겨 추모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416기억저장소는 요즘도 3~4명씩 조를 짜 희생자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부모의 이야기를 채록하고, 유품을 정리하고, 학생의 앨범과 일기 등을 디지털화해 저장하고, 빈 방 사진을 찍는다. 김종천 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우리가 세월호를 잊지 않으려면 기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료를 모아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록의 과정에서 자식과 형제를 잃은 이들을 치유하고 있다. “가슴 속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야말로 아픔을 나누는 길이죠. 사진 자료 공개를 꺼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설득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기록하고 더 알리지 않으면 우리는 세월호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없을 겁니다.”서울 류가헌 전시(02-720-2010)는 19일까지, 안산 416기록전시관 전시(031-410-0416)는 5월 31일까지다.

김 사무국장의 말대로 표현은 치유와 변화의 길이다. 안산 온마음센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월호 피해자의 형제와 그 친구들인 단원중 5명과 경일관광경영고 13명을 사진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 1층 프로젝트갤러리에서 열리는 ‘토닥토닥 너풀너풀’은 이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전시한 것이다.

단원중 학생들과 서울 문래동, 수원 화성 등지에서 사진교육을 진행했던 박김형준 작가는 “달리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던 학생들이 사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름이나 밤하늘, 나무, 꽃 등 학생들이 찍은 사진은 세월호나 잃은 형제를 직접적으로 담지 않았다. 하지만 어두웠던 사진이 차츰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로 힘을 북돋는 메시지를 남긴 롤링페이퍼에서 함께 상처를 이겨내려는 끈끈한 우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 6월 28일까지. (031)411-1541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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