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마리오 데 카를로
“오페라 ‘아이다’는 베르디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에요. 개인사가 두드러진 다른 오페라와 달리 개인과 역사를 아우르죠.”
이탈리아 연출가 마리오 데 카를로가 초대형 오페라 ‘아이다’를 선보인다. 10~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를 통해서다. 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아이다’를 웅장한 박물관처럼, 아름답지만 감정 없는 예술품처럼 연출한 작품들이 많았다”며 “이번 공연에선 역사 속 인물들의 영혼까지 되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 이탈리아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푸치니의 첫 오페라 ‘레 빌리’로 연출가로 데뷔한 그는 20여년 간 ‘토스카’ ‘라트라비아타’ ‘투란도트’ 등 주요 오페라 레퍼토리를 전세계 무대에 올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리골레토’, 지난해 ‘카르멘’을 수지오페라단과 함께 제작, 선보여 국내 오페라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아이다’는 2005년과 2006년 이탈리아에서 연출한 적이 있다.
카를로는 “한국 관객이 자막 없이도 모든 장면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연출하고 싶다. 배우들의 표정, 몸짓, 무대세트, 조명, 소품 하나까지 모두 어우러져 관객들이 언어 장벽을 깨고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선행진곡’으로 유명한 오페라 ‘아이다’는 파라오가 통치하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와 나일 강변의 도시 테베를 배경으로,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몸종이 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연인인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 라다메스를 짝사랑하는 암네리스 사이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베르디의 1871년 작품이다.
카를로는 ‘아이다’를 “베르디가 작곡가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을 때 완성한, 거대한 테이블 위의 만찬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다’를 연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랑, 질투, 원한, 복수 같은 등장인물들의 강렬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거죠.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구식 오페라가 되고 말 겁니다.” 그는 배우들에게 노래 테크닉보다 극중 인물의 감정을 더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 선보인 이전 작품들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는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세계 최고 성악가들이 달려왔어요. 노래 수준은 리허설 때 제가 관객으로 즐길 정도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세계적 배우들이 엮어내는 세밀한 감정 변화를 즐겨보세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사진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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