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시민 반대 시위 이어져
집권세력은 태도 바꿔 협상 옹호
이란 핵 협상이 지난 2일 타결된 이후 이란 집권층과 그들의 최대 지지세력인 보수파가 분열하는 양상이다. 반미 성향이 뚜렷한 이란 보수층 시민들이 주도하는 미국과의 핵 협상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한편, 협상을 주도했던 집권세력은 핵 협상을 적극 옹호하며 시위대를 비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강경 보수파 시민 150여명이 7일 수도 테헤란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핵 협상 반대 시위를 벌였다. 당시 국회에서는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의원들에게 미국과의 핵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 중이었다. NYT는 “이란 보수층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과의 어떠한 타협도 반대해왔고 집권세력은 이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왔다”면서 “보수층과 집권세력 간 균열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보수파를 대표하는 권력기관의 수장들은 이번 핵 협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과거 반미 시위를 주도했던 이란 혁명수비대 무함마드 알리 자파드 사령관은 “이란 국민과 혁명수비대는 협상단의 정치적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아야톨라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과 하산 피로우자바디 합참의장 등도 5일 핵 협상 결과를 옹호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보수세력을 대변하던 집권층이 이렇듯 태도를 바꾼 것은 이란 국민 대다수가 핵 협상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정부 언론인 IRNA통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테헤란 시민 96%가 이번 협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시민단체 활동가인 나데르 카리미 조니는 “핵 협상에 반대하는 보수층은 이란 국민 중 극히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면서 “보수층은 여전히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부르짖고 있지만 아무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미국을 공개비판하며 반미보수층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메네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와 서방, 특히 미국은 테러조직이 무슬림 국가를 상대로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만족한다”며 미국이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NYT는 “하메네이가 핵 협상 직후 미국을 직접 비난한 것은 핵 협상과 대미 관계는 별개인 점을 강조해 보수층의 불만을 무마하려고 한 것”이라며 “하메네이 입장에서는 핵협상 타결로 친미, 친서방 바람으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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