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서 경찰서 습격 청사 포위, 수십명 부상하고 최소 20명 체포
시위대 "지방정부 점령하겠다"… 기세에 눌린 당국, 곧 철회 조치
중국 남부의 한 마을 주민 수만명이 당국의 일방적 쓰레기소각장 추진에 반발, 파출소를 습격하며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당국이 방침을 강행할 경우 지난해 홍콩의 ‘센트럴을 점령하라’시위처럼 지방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밝혔다. 시위대 기세에 눌린 당국은 8일 쓰레기소각장 추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따르면 중국 광둥(廣東)성 뤄딩(羅定)시 랑탕(朗塘)진에서는 6일부터 쓰레기소각장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들 시위가 이어졌다. 성난 주민들은 7일 파출소를 습격하고 경찰차를 전복시키면서 불태웠다. 또 주요 도로 등을 봉쇄한 채 정부 청사까지 에워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 수십명의 부상자가 속출하고 최소 20명이 체포됐다. 초중고 학교엔 모두 임시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한 주민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거리 시위 참가자가 4만7,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명보(明報)와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인 보쉰(博訊)는 시위대 규모를 1만명 안팎으로 보도했다.
시위가 벌어진 것은 지방 정부와 국영기업 화룬(華潤)시멘트가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화룬시멘트는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직속인 화룬그룹의 자회사다. 주민들은 2년 전 화룬시멘트 공장이 들어선 뒤 환경 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쓰레기 소각장까지 추진되자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섰다. 주민들은 쓰레기 소각장에서 매일 300톤 이상의 산업ㆍ생활 쓰레기가 처리될 경우 유독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지방 정부에서 환경영향평가나 여론 수렴 등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자 주민들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시위대는 7일 지방 정부 책임자에게 보낸 공개 서신에서 “쓰레기 소각장 건설을 강행할 경우 우리는 지난해 홍콩의 ‘센트럴을 점령하라’시위와 똑같이 지방 정부를 점령하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홍콩에선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사실상 친중국 애국 인사로 제한한 중앙 정부의 방침에 반발, 학생들이 주요 도심 거리 등을 점거한 채 79일간 시위를 벌였다. 이후 중국 대륙에서 홍콩 시위를 표본으로 한 시위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주민들 시위에 놀란 지방 정부에선 결국 8일 “쓰레기소각장 추진을 철회하겠다”고 물러났다.
최근 중국에선 환경 의식에 눈을 뜬 주민들의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광둥성 마오밍(茂名)시 청사 앞에서도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파라자일렌(PX) 공장 건설에 반대, 수만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9월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시에서 도 2만여명이 쓰레기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서, 사업이 중단됐다. 지난달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도 스모그에 대한 정부 책임을 규탄하는 마스크 시위가 중국 전역에서 기습적으로 벌어졌다.
잇따른 환경 오염 시설들의 안전사고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푸젠(福建)성 장저우시의 PX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는 8일 재폭발이 일어나며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 사고로 이미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고 3만여명이 대피하는 등 갈수록 피해가 확대되며 대형 환경재앙이 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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