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는 8월 방학 중에 경기
입학 전형ㆍ신인드래프트와 겹쳐
고교 감독들 "시기 조정을" 빗발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상징은 ‘여름방학’이었다. 매년 8월 중 개최해 온 봉황대기는 방학을 이용해 전국의 ‘강호’와 이변을 노리는 약체, 그리고 재일동포들까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주최사 한국일보는 지역 예선을 없애고 대회에서도 32강전부터 그때그때 대진을 추첨하는 흥미롭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방학이라 관중도 지금의 프로야구 경기장처럼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 봉황대기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당시 8월)와 대학들의 입학 전형이 치러진 이후 또는 도중에 대회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미 진로가 결정된 고교 3학년 선수들에겐 별다른 동기 부여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우승팀인 이명섭 휘문고 감독은 “우리 학교의 한 학생만 해도 팀이 우승은 했지만 입학 전형 일자가 대회 중간에 겹쳐 봉황대기 성적은 제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2010년 고교 야구 주말리그 도입 이후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봉황대기 개최 시기 변경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회를 주말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중앙 언론사 주최 첫 대회로 열면 관심과 흥미를 촉발하고 전국의 모든 고교야구 선수들에게도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 감독들은 봉황대기가 부활한 2013년부터 줄기찬 요구 끝에 마침내 올해 봉황대기를 4월로 앞당겼다. 이명섭 감독은 “봄과 가을로 나눠 치러지는 일본의 고시엔 대회처럼 유일한 전국대회인 봉황대기를 가장 먼저 치르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고교야구 전체를 위해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말리그가 시작되면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8강, 4강 순으로 단기간에 대회가 열려야 하는데 주말리그는 한 경기를 한 뒤 그 다음 주말에 경기를 하니 동문들과 야구팬들의 관심이 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선수들의 경기력 차원에서도 봉황대기의 4월 개최는 의미가 크다.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주말리그에 따라 학생 선수들은 정규 수업을 마치면 보통 오후 4시50분, 야간훈련까지 끝내면 밤 9시30분이 된다. 그러고 이튿날 오전 7시에 등교해야 한다. ‘강제 학습’에 찌든 선수들의 경기력은 1년 중에서도 후반기로 갈수록 저하될 수밖에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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