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뒤부아 '비극' 10, 11일 공연
90분 공연 내내 남녀 18명이 알몸으로 엉키고 질주하는 전라(全裸)의 ‘19금 무용’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일까. 전라는 관음증, 외설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현대무용이 거는 정면승부이기도 하다. 공연을 보고 알몸이 무덤덤해지면 바로 이 춤이 노렸던 바일 터다. 전라에 대한 기대와 인식 자체가 사회적 관습에 불과하다는 깨달음 말이다.
10~1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비극’(Tragedie)을 2012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초연됐던 동영상으로 미리 보면 그 시작은 예상보다 심심하다. 막이 오르면 여성 춤꾼들이 전라로 천천히 걸어나온다.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납작한 가슴의 젊은 여자, 두툼한 뱃살과 가는 다리로 핫도그를 연상시키는 중년 여자, 각진 어깨와 좁은 엉덩이가 남자를 연상시키는 여자…. 22~51세의 여자 무용수들이 무표정하게 걸어나오다 되돌아가 무대에서 사라진 순간 역시 비슷하게 볼품없는 남성들이 걸어 나온다. 이 ‘워킹’을 지겹도록 보다보면 무용수들의 벗은 몸은 어느덧 목욕탕에서 무심하게 스쳤던 몸뚱이처럼 여겨진다.
‘비극’은 프랑스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영감을 얻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형식과 마찬가지로 퍼레이드,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3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워킹이 이어지는 첫 30분이 퍼레이드, 뒤이어 똑같은 동선을 유지하며 뛰고, 두 팔을 허공에 흔들다 멈추고, 소리 없이 절규하다 바닥에 엎드려 구르는 30분이 에피소드, 바닥에 엎드려 섹스를 연상시키는 군무를 선보이다 종국에는 생선처럼 파닥이며 탈진상태에 이르는 마지막 30분이 카타르시스에 해당한다.
공연의 막바지에서 무용수들의 성별, 연령, 체형 구별은 희미해진다. 숨을 헐떡이며 땀으로 뒤범벅이 된 18개의 전라가 하나의 추상화를 이룬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전라의 충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심씨는 “전라가 야기하는 호기심이나 관음, 혐오는 90분간 향연을 통해 무뎌진다”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뒤부아는 “아름다운 무용수를 배제해 역설적으로 이 춤이 외설로 볼 수 있는 요소를 차단하는 영리한 전략”을 썼다.
공연계에서 안무가 뒤부아의 위치는 독특하다. 키 170㎝, 몸무게 80㎏으로 춤꾼보다 레슬링 선수에 가까운 모습인 그는 23살에 춤을 배웠다. ‘목신들의 오후’ ‘지상의 모든 금을 위하여’ 등에서 스트립쇼, 봉 춤(폴 댄스), 자위를 연상시키는 행위 등 파격적인 장면을 선보여왔다.
뒤부아는 ‘비극’에 대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인간성’은 개인이 태어나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갖게 되는 호기심과 노력, 지성과 양심에 의해 만들어진다. 여기에 인간의 비극이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육체로부터 세상을 읽을 수 있고, 그로부터 세상의 수수께끼와 인간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031)783-8000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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