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집중 투자에 보답하듯 US 클레이코트 1회전서 승전보
정현(19ㆍ118위)이 후원사 삼성증권의 ‘올인’에 성적으로 보답했다. 정현은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 1회전에서 투어 대회 본선 단식 첫 승을 거뒀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6일 소속 테니스단을 해체하고 대한테니스협회와 정현을 집중 육성하는 3년 계약 안에 도장을 찍었다.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에게만 투자를 몰아주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정현은 빠르게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ATP 투어 1,000시리즈 마이애미오픈 단식 본선 1회전에서 마르셀 그라노예르스(50위ㆍ스페인)를 꺾으며 투어 ‘첫 승’을 신고했던 정현이다. 2회전에서 톱랭커인 토마스 베르디흐(체코ㆍ8위)에게 분패하긴 했지만 그대로 여세를 모아 US클레이코트 챔피언십 예선 3경기를 모두 이기고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했다. 1회전에서 파쿤도 아궤요(아르헨티나ㆍ138위)를 2-0(6-3 7-5)으로 물리치며 처음으로 투어 대회 본선 16강에 올랐다. 정현은 특히 2세트 게임스코어 3-5로 뒤지다 내리 4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16강 진출로 랭킹 포인트 20점을 확보한 정현은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110위권 초반까지 오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정현은 내달 프랑스오픈 본선 직행 가능성을 한층 더 높였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집중 육성의 효과가 나온다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정현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와 자극이 된 것은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 회장은 “본인에게 관심이 많이 집중되고 투자가 되면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증권이 정현을 후원하는 규모는 3년간 10억 5,000만원에 달한다. 정현에게 기존 연봉을 2배 올려 5,000만원을 주는 등 코치, 트레이너 등의 연봉과 해외 대회 체재비까지 연간 약 3억2,000만원을 주고 숙소도 따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 협회에는 연간 3억원씩 유망주 육성 지원금을 준다. 결론적으로 삼성증권은 테니스에 투자하는 비용의 절반 이상을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성장한 정현에게 오롯이 쏟아 붓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빛나는’ 정현 뒤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삼성증권 테니스단이 해체되면서 소속 선수들은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였던 남지성(22)은 군입대를 선택했다. 최근 성적이 나아지고 있는 장수정(20ㆍ255위)은 개인 스폰서를 찾던 와중에 백승희 대구테니스협회장의 후원을 받게 됐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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