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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가담 서방 10대, 좌절 상태서 중간책 유혹에 넘어가

입력
2015.04.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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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청년 누아르의 행적

농구 좋아하고 변호사 꿈꾸던 학생

모스크 방문 후 이슬람 복장 즐겨

IS 가담 10대 공통점은

또래 문화 강해 여럿이 함께 가출

온라인서 IS행 가이드북 구해

여행장비부터 국경 통과 요령 배워

전세계 공항에서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려는 10대와 이들을 저지하려는 당국간의 숨바꼭질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국제공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려고 했던 15세 소녀가 공항에서 저지됐다. 지난달 3월 말에는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근처에서 17세 소년이 IS에 가담하기 위해 출국을 시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영국에서는 올 2월 같은 학교에 다니는 10대 소녀 3명이 함께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건너가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1월 김모(18)군이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실종돼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10대들의 IS 합류 시도가 끊이지 않자, 각국은 10대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IS에 가담하길 원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으려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항에서 저지된 예비 IS 전사들을 어떻게 사회에 다시 재통합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IS에 가담한 미국청년 아비드 누아르가 시리아에서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사진.
IS에 가담한 미국청년 아비드 누아르가 시리아에서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사진.

갑자기 IS에 매료된 미 중부의 평범한 청년

지난달 21일 뉴욕타임스는 IS에 가담하려 했던 미 중서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출신 두 젊은이 아비드 누아르(20)와 압둘라 유서프(18)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신문은 누아르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들을 통해 농구를 즐기던 평범한 미국 젊은이가 어떻게 시리아의 전쟁터로 향하게 됐는지에 대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누아르는 테러그룹에 투신한 미국인들 중 한 명이다. 특히 트위터 등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들과 정부 당국이 입수한 증거물들로 행적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까지 누아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직접적으로 IS를 언급하지 않고 종교적인 문헌이나 코란의 단편들을 발췌해 올리곤 했다. 그러다 20세가 된 다음날인 4월 2일에 그는 “만약 하늘이 별들의 존재를 자랑스러워한다면, 이 땅은 무자헤딘의 존재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슬람 전사’들을 환영하는 글을 올렸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사라진 5월 29일 누아르는 “무엇이 될지라도 나는 모든 것에 대해 알라에게 감사한다”라고 썼다.

터키로 향한 누아르는 7월말, 시리아의 실질적인 IS 수도인 라파에서 “라파의 아름다운 날”이라며 IS에 합류했음을 알렸다. 시리아에서 IS로 활동하면서 누아르는 계속 자신의 근황을 트위터에 올리곤 했다. 그는 IS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부터 권총 거래에 대한 팁들과 쿠르드인들과의 전투에 참가했을 때 흥분을 표현했으며, 자기네 ‘놀라운 형제들’을 칭찬하곤 했다.

이처럼 의기양양한 IS 전사 누아르는 처음부터 이슬람 반군 단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13년 그와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그가 농구를 좋아하고 변호사를 꿈꿨던 평범한 청년이었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그가 지역 내 이슬람 모스크를 방문한 이후 점점 더 전통적인 이슬람 복장을 입으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친구인 압둘라 유서프와 함께 이슬람 국가를 꿈꾸면서 IS 가담을 위한 여행 경로를 짜기도 했다. 이윽고 지난해 5월 29일, 유서프는 공항에서 출국직전 그가 여행 목적에 대해 불분명하게 대답하는 것에 의혹을 가진 미니애폴리스 공항당국의 신고로 보딩 과정에 FBI에게 체포됐다. 하지만 누아르는 이미 몇 시간 전 떠난 상태였다.

뉴욕타임스는 누아르의 경우를 보면 젊은이가 이념적 열정에 휩쓸리기 얼마나 쉬운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행적을 추적하면 미국 내에 IS 모집 중간책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공개된 시리아의 IS 근거지까지 안내하는 가이드북.
온라인에 공개된 시리아의 IS 근거지까지 안내하는 가이드북.

또래 문화 강한 유럽은 IS 집단가입 늘어

IS에 합류한 미국인의 숫자는 유럽의 3,000여명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현재까지 29명의 남녀가 IS를 지원했다는 혐의로 기소되거나 보호시설에 수감됐다. 대부분 테러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 당했다. 당국은 잠재적 IS 가입자들의 출국이나 집에서의 계획을 사전에 제지하기 위해 이들 간 공통점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IS 가입 희망자들은 진지한 종교적 열정 등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드러냈다. 이들은 또 지하드를 위해 미국을 떠나기 전 쇼핑몰을 방문한다는 점도 특이한 공통점이다. 대부분 운동장비 등을 구입하며, FBI는 누아르 역시 출국 전 나이키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쇼핑몰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현재 IS에는 약 24명의 미국인이 가입해 있거나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단순히 IS의 온라인 선전에 현혹돼 시리아행을 결심했는지, 아니면 직접 대면설득을 당했는지에 대해 당국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의 아브디리작 비하이 소말리아 활동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나는 IS에 가입하러 갈 거야’라고 말하는 젊은이는 없다”며 “그의 고민을 경청하고 분노에 공감하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꼭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IS투신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도 큰 골칫거리다. 또래 집단 문화가 강한 10대 사이에서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무더기로 IS에 가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영국 고등법원은 IS 합류 가능성 때문에 출국 금지된 10대 소녀 5명 중 4명이 런던 동부 베스널그린 아카데미 재학생이라고 밝혔다.

올 2월 IS에 가담하기 위해 영국을 떠난 10대 여학생이 공항 검색대에서 포착된 모습.
올 2월 IS에 가담하기 위해 영국을 떠난 10대 여학생이 공항 검색대에서 포착된 모습.

이 학교는 올 2월 17일 터키 이스탄불로 출국해 시리아의 IS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디자 술타나(13) 샤미마 베이검(16) 아미라 아바스(15) 등 여학생 3명이 다니던 곳이다. 이들은 당시 “외출한다”는 말만 남기고 영국을 떠나 터키 킬리스 인근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들어갔다.

이 소녀들은 어떻게 IS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일까? 이들과 교류한 중간책이 있었다. 영국 수사 당국은 2013년 11월 시리아로 떠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아크사 마흐무드(20)가 IS와 연계된 모집책 중 가장 활동적인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평범한 소녀였던 마흐무드는 2011년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2013년 가족을 떠났다. 수사당국은 그가 터키를 거쳐 시리아로 입국해 IS무장대원과 결혼해 ‘지하디스트의 신부’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흐무드는 영국 소녀들의 적극적인 모집책으로, IS의 수도 격인 라카에 거주하며 SNS에서 IS를 홍보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흐무드가 운영하는 텀블러 블로그에는 이슬람국가 대원들의 사진 등과 함께 “이슬람국가 대원이 되면 수도·전기 사용료가 무료인 집을 공짜로 받고, 사후에는 더 큰 보상을 받게 된다”고 유혹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지난달 9일 시리아로 향한 영국 소녀 셋이 마흐무드의 집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IS에 유혹당한 청년들이 집을 떠나 시리아로 향하는 것을 돕는 가이드북도 있다. 온라인에 뿌려진‘IS를 향하는 HIJRAH(여행)’라는 제목의 50페이지 책자는 ‘작고 많은 주머니가 달린 백팩을 추천한다’는 식의 사소한 조언부터 시리아로 넘어가는 교두보인 터키의 의심 많은 공무원에게 어떻게 말할 것 인지까지 세세히 설명해준다.

지난달 이라크에서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호주의 10대 소년(가운데).
지난달 이라크에서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호주의 10대 소년(가운데).

IS대원 꿈꾸던 청년의 사회복귀 방법 고심

한편 누아르의 실종은 미니애폴리스내 소말리아 출신 커뮤니티에 큰 타격을 줬다. 그와 유서프의 시리아행을 조사하던 당국은 유서프가 비행기 티켓 구입 비용 1,500달러를 누군가에게 받았다고 말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국은 그들이 새로 다니기 시작했던 블루밍턴 모스크바에서 만난 누군가가 이들에게 IS를 소개해 줬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루밍턴의 모스크 지도자는 모스크 자원봉사자인 아미르 메샬(31)을 10대 청소년들에게 폭력을 고무한 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사원 측은 “그가 지난해 6월 청소년들에게 급진적인 관점을 퍼뜨렸음을 알게 된 즉시 청소년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사원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시민권 획득을 놓고 미국정부와 지루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메샬은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IS나 다른 결백한 사람들을 죽이는 단체가 가입하라고 제안하지 않았으며, 또 그렇게 하라고 돈을 주지도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IS에 가담하려 한 이들을 처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한 시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연방지방법원 마이클 J 데이비스 판사는 유서프를 미니애폴리스의 비영리 교육단체인 ‘하트랜드 데모크래시’가 후원하는 사회복귀 훈련소로 보내는 계획에 찬성했다. 유서프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람들은 그가 지난해 커뮤니티 컬리지에 다니고 베스트바이에 근무했던 것처럼 다시 학교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법원을 설득하고 있다.

하트랜드 데모크래시의 매리 맥킨리 이사는 “이 계획의 궁극적 목표는 유서프가 다시 건전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유서프가 다른 청년들의 급진화를 막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녀는 “유서프는 좌절하고 고립된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유익한 조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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