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매출은 줄고 명품 매출은 증가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대형마트의 매출은 하락한 반면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증가 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1분기(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3% 줄었다. 의류 부문 감소율은 8%에 이른다. 홈플러스 역시 1분기 매출이 마이너스(-0.9%)를 기록했고 업계 1위 이마트도 불과 0.8% 성장하는데 그쳤다. 3월 소비는 더욱더 위축됐다. 이마트의 패션 부문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11.2% 감소했고 양곡(-10.8%), 수산물(-8.7%), 가공식품(-3.2%)도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대형마트 빅3가 매출하락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고가명품 매장을 보유한 백화점들은 선전하고 있다. 명품관의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식품관과 패션관의 매출 하락을 만회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명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5% 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마트-중산층 이하, 명품관-고소득층
대형마트와 명품관의 성장율이 차이 나는 것은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산층 이하는 먹고 입는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경기가 장기 침체를 이어가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아껴쓰고 받아쓰고 되도록 참는 분위기가 대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표 생필품인 우유는 가격을 크게 낮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고급 품목보다 일반 생필품의 매출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반면 매출신장이 지속되고 있는 명품관의 주 고객은 고소득 층이다. 경기 하강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층이다. 1998년 IMF가 닥쳤을 때도 고소득층들의 명품 구매는 줄지 않았었다. 물건만 마음에 들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명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층이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아낌 없이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
▲마트, 온라인쇼핑몰에 고객 빼앗겨
대형마트의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릴 것은 이미 예상됐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마트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46조6,364억원으로 온라인쇼핑몰 거래액 45조2,440억 원보다 1조3,924억 원이 많았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성장률이 3.4%에 불과했지만 온라인쇼핑몰은 17.5% 성장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대형마트의 고객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는 온라인쇼핑몰이 대형마트의 매출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모두 온라인쇼핑몰을 보유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 쇼핑몰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 대형마트들의 고민이다.
▲명품관 VVIP마케팅
마트와 달리 명품관은 불황과 온라인쇼핑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명품을 다루는 국내 백화점들도 이 사실을 가장 잘 안다. 백화점들은 매출 성장을 위해서 고소득층을 위한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 VIP마케팅은 기본이고 한 단계 높은 구매층인 VVIP마케팅도 실시한다. 명품관들은 백화점 휴일날 VVIP를 위한 특별한 마케팅을 펼친다. 선별된 최상위층에게만 초청장을 보내 최적의 환경에서 쇼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파크제이드 등급(연 2,000만 원 이상 구매고객)은2014년 1~11월 평균 구매액이 2013년 같은 기간보다 21%나 늘었다. VIP보다 한 단계 높은 VVIP급의 지출 증가율도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최상위층(연 1억원이상 구매 고객)의 2014년 1~10월 구매액도 2013년 보다 14.1% 증가했다.
한화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명품관의 성장은 지난해에 비해 더 늘어날 것이다. 올해는 숨어있던 고객들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에서 2010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 3,797만 명 가운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차지했고 상위 1%와 0.1%의 소득 점유율이 각각 12.97%와 4.46%에 이른다고 밝혔다.
채준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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