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김지석 9단



장면 2 우변에서 3으로 어깨 짚었을 때 과거에는 참고1도처럼 진행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4, 5를 교환한 다음 먼저 6으로 모자 씌워서 하변 삭감을 서두르는 변화가 정상급 기사들의 대국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 대국이 있기 1주일 전에 열렸던 국수산맥배 한중 단체전에서도 이세돌과 퉈자시(백)가 참고2도처럼 뒀었다. 이 바둑에서도 김지석이 7로 응수해서 같은 진행이 되려나보다 예상했는데 잠시 후 뜻밖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박영훈이 도의 수순을 밟지 않고 8로 우변을 먼저 꼬부린 것이다. 10으로 받아 달라는 얘기다. 도에서 백A, 흑B가 미리 교환된 셈이므로 이건 물론 백이 이득이다. 그러자 김지석이 “그건 안 될 말”이라며 9로 젖혀 반발했고 이후 두 선수가 상대의 주문을 거부하고 10, 11로 단수 쳐서 서로 제 갈 길을 고집했다.
12, 13 다음 14가 재치 있는 수다. 평범하게 A로 이으면 15 다음 B의 단점 때문에 백이 한 수 더 둬서 지켜야 하지만 실전에서는 반대로 백이 선수를 잡아 좌상귀를 16으로 지킬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는 피차 별 불만 없는 진행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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