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십년간 군부 통치를 겪다 지난 1999년 비로소 민주화한 나라. 인구 1억7,500만명에 ‘아프리카의 거인’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 나이지리아는 주요 원유생산국이자 서부 아프리카 지역 맹주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 달 28일 실시된 나이지리아 대통령 선거는 지난 몇 달 동안 국제사회 관심의 초점이었다. 나이지리아가 계속 민주주의를 성숙시켜 나갈 것이냐, 아니면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던 것이다. 지난 2011년 나이지리아 대선은 여야 간 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도 선거 후 폭력사태로 800여명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가 선거 후 폭력사태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더욱이 2015년 대선은 유례 없는 박빙의 경쟁이었기 때문에 선거부정과 그에 따른 폭력사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 보였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국민은 위대했다. 보코하람의 테러 소식에도 동요하지 않고 뙤약볕 아래 몇 시간씩 침착하고 질서 있게 기다리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만큼 민주주의를 향한 그들의 열망은 간절했다. 선거 결과 나이지리아 역사상 최초로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대선의 승자 무하마두 부하리는 72세라는 나이에도 선거운동 기간 내내 흔들림 없이 선거를 이끌었다. 2월 7일 밤 선거관리위원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6주 연기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그는 국민들에게 자제력과 평정심을 유지할 것을 호소했다. 앞서고 있던 선거 판세가 선거 연기로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국민들에게 정권 교체의 기회를 잃지 말자는 독려만 했을 정도로 평정심을 보였다.
재선에 실패한 굿럭 조나단 대통령도 나이지리아 민주주의 역사에서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에 앞서 “나도 국민에게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며 누구든 이런 자세를 갖는 것이 나이지리아를 위해서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조나단 대통령은 패색이 짙어지자 부하리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와 함께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는 통 큰 모습도 보였다.
나이지리아 선관위는 독립성을 유지했고, 군대와 경찰은 선거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선거 과정에 적극 참여해 국민들을 교육시키고 선거부정이 없도록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나이지리아 국민은 민주주의의 발전이란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하다는 점을 이번 선거를 통해 국제사회에 증명해 보였다.
부하리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983~85년 국가수반 시절 부패에 무관용 정책을 폈던 청렴성, 보코하람 퇴치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 대규모 일자리 창출 공약 등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런 그에게 유가 하락에 따른 정부수입 축소는 만만치 않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나이지리아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패 문제를 처리하고 나이지리아 경제의 석유산업 의존도를 줄여나감으로써 나이지리아의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지리아에게 우리나라는 우선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대상국이다. ICT 테크노도시와 정보고속도로 건설, 대규모 주택 보급, 신규 발전소 건설 및 재생에너지 개발, 농업과 제조업 강화, 섬유산업과 광업 활성화 등을 공약한 부하리 정부로서는 한국 기업들은 최상의 파트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 양국은 지난 달 21일 20여년 양국 현안이었던 ‘이중과세방지협정’도 발효시켰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는 거인 나이지리아에서 활로를 찾아보면 어떨까. 18년 전 처음 이곳에서 근무하고 다시 대사로 있으면서 느끼는 나이지리아의 미래는 우리 기업들이 기대를 걸어도 좋을 만큼 밝아 보인다.
노규덕 주나이지리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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