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슈퍼맨인 줄 알았어.”
뛰는 야구를 강조하는 김태형 두산 감독이 회상한 올 시즌 팀 1호 도루 선수의 슬라이딩 장면이다. 김 감독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에 도달한 홍성흔(38ㆍ두산)을 보면서 “붕 날아갔다”고 말했다. 홍성흔도 개막전인 지난달 28일 잠실 NC전에서 5회말 도루에 성공한 뒤 “가슴팍이 너무 아파서 계속 만졌다”고 농을 쳤다. 그는 “그 동안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한 적은 많았다. 그러나 2루 도루를 하면서 머리부터 들어간 건 생전 처음이었다”며 “내가 도루를 하면 상대 배터리가 당황하고 우리 팀 후배들도 좋아한다. 기회가 되면 무조건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신기한 건 머리부터 날아간 최고참의 도루 장면이 아니다. 1977년생인 그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햄스트링 통증에 한 번도 시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홍성흔은 잔부상이 없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포지션이 지명타자라 수비 부담이 없어 가능하다는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 마흔 살에 가까운 선수가 슈퍼맨처럼 날아서 2루 도루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상이 두려워 30대 중반 선수라면 감히 시도조차 못하는 일이다. kt 장성호의 사례처럼 햄스트링 부상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홍성흔은 “벤치에서 계속 몸을 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명타자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타석에 서는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허벅지나 허리 등을 경기 내내 풀어줘야 슬라이딩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언급한 게 ‘벌크업’이다. 두산 후배들을 비롯해 근육량을 늘리는 선수가 유행처럼 많아졌지만, 정작 중요한 건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햄스트링 부상을 방지할 수 있고, 긴 시즌을 무리 없이 치를 수도 있다는 조언이다.
홍성흔은 “갑자기 근육이 놀랐을 때 햄스트링 부상이 온다. 아주 단단하게 몸을 만들었을 때 오히려 부상 위험성이 크다”며 “많이 뛰어야 한다. 물도 많이 먹어야 한다. 경기 전 충분히 몸을 풀어야만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햄스트링은 한 번 다치면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린다. 후배들이 안 다쳤으면 한다”며 “나는 10년 넘게 벌크업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만, 반드시 유연성 운동을 병행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몸 관리로 올해도 중심 타자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두산의 야구 스타일에 대해서도 한 마디했다. 홍성흔은 “지금 두산은 로이스터 감독 시절 롯데 야구와 비슷한 느낌이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자기 위치를 인지시키고 선수를 끝까지 믿고 가는 게 김태형 감독님이다”며 “롯데 시절인 2009시즌 초반에 나는 극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격려와 믿음이 큰 도움이 됐고, 결국 3할7푼1리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즌은 길다. 초반 성적도 중요하지만, 부상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서가 진짜 승부”라며 “길게 봐야 한다. 아직 130경기 넘게 남았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spobiz.co.kr 사진=두산 홍성흔(왼쪽)과 루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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