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의원 수가 400명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문 대표는 그제 새정치연합이 연 ‘정치엑스포’ 행사에 참석, 청년유권자연맹이 진행한 ‘국회의원은 몇 명이 적당할까요’라는 공개 설문조사에서 ‘351명 이상’에 스티커를 붙이고 “비례대표를 절반으로 늘리면서 정당명부 비례대표를 하면 직능전문가를 모실 수 있고, 여성 30% (할당)도 가능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그냥 퍼포먼스로 가볍게, 장난스럽게 한 것”이라고 번복했다. 그런데도 단순한 해프닝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발언을 번복하면서 문 대표 스스로가 “의원정수 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지만, 다음에 준비해서…”라고 말을 흐린 것이 그렇고, 당 대표인실이 “일부 (문 대표) 자신의 생각을 비친 것은 맞지만 확대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한 것도 그렇다. ‘의원 400명 발언’의 정치적 파장을 뒤늦게 깨닫고 급히 수습에 나섰을 뿐이다.
사회 일각의 비판처럼 중요 정치현안에 대한 제1야당 대표의 경솔한 언급은 그 자체만으로도 손가락질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더욱 큰 우려는 문 대표의 발언이 의원정수 늘리기 논의가 본격화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 대표의 발언에 이어 어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지역ㆍ비례대표 의석을 2대1로 하는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청원했다. 문 대표의 ‘의원 400명’ 발언을 두고 여당에서 “가이드라인 제시냐”고 비판했듯, 이제 겨우 활동을 시작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지역구 통폐합 등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할 정개특위로선 의원정수 늘리기처럼 간단한 해법이 없다. 이미 정개특위 여야 의원 상당수가 의원정수 늘리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우리는 의원정수를 늘리는 데 반대한다. 한국의 인구대비 의원정수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거나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선거구 개편이 비례대표 감소를 부를 것이라는 등의 이유에도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의원 1인 유지에 연간 7억 원 이상의 혈세가 들고, 비례대표조차 전문직능보다 당론을 앞세우는 현실이 애초에 OECD 평균과는 아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00명도 너무 많다고 여기는 국민이 적잖다. 그나마 심 원내대표는 의원세비 등 총 유지비용 동결이나 축소를 내세웠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다. 꼭 의원 정수를 늘리고 싶다면 국민 설득을 위해 의원특권 포기 등 정치개혁에부터 팔을 걷어붙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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