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미 데뷔작ㆍ임권택 초기작 등… 한규호 대표, 영상자료원에 기증
“23세 때 출연한 영화를 보니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나려 한다”(배우 김지미). “매우 소중한 자료가 세상 밖으로 나와 기쁘다”(임권택 감독).
7일 오전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충무로 노장들은 만감에 젖은 표정이었다. 만나자마자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축하했다. 이병훈 원장은 “잃었던 혈육을 찾은 듯이 기뻐하시는 감독들과 함께 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상자료원은 “유실된 것으로 여겨졌던 1940~80년대 한국영화 94편을 최근 발굴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발굴한 영화들의 기증자는 한규호 연합영화공사 대표다. 한 대표는 부친의 사업을 이어 1970년대 순회영사업(극장이 없는 오지를 돌며 영화를 상영하는 일)에 종사했다. 일을 하며 모은 필름 450편을 보관해 오다 지난달 11일 영상자료원에 기증했다. 한 대표는 “50년 동안 모은 영화가 2,000편이 넘었으나 화재와 수해로 많이 유실됐다”며 “영상원이 필름들을 잘 보존해 여러 면에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50편의 영화 중 94편은 그 동안 유실된 것으로 여겨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작품들이다. 그 중에는 노필 감독의 데뷔작 ‘안창남 비행사’(1963), 정진우 감독의 23세 때 데뷔작인 김지미 주연의 ‘외아들’(1963)과 김수용 감독의 대표작 ‘만선’(1967), 임권택 감독의 초기작 ‘전장과 여교사’(1965), ‘만추’로 유명한 고 이만희 감독의 첫 멜로영화 ‘잊을 수 없는 연인’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원장은 “영상자료원 창립이후 최대의 발굴성과”라며 “한국영화사의 공백을 메우게 됐다”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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