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 가능성
이미 道에 부동산 사업도 벌여
시민단체·주민들 졸속 추진 비판
중국 녹지그룹이 설립 신청한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싸고 의료시민단체와 제주도민은 “부동산 기업에 돈벌이 수단을 제공해 주는 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당국의 최종 승인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일치하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 평가보다는 사업계획성의 적절성 등에 치중해 심사할 것으로 보여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제주도가 지난 2일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함에 따라 본격적인 서류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자격 시비 등으로 승인 받지 못했던 중국 싼얼 병원 설립이 무산된 지 7개월 만이다. 최종 결론까지는 6개월 가까이 걸릴 예정으로 국내 1호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 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싼얼병원과 달리 모기업의 자본력도 탄탄할 뿐 아니라, 중국 정부 당국의 전략적 지원 하에 이뤄지는 해외진출사업이라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싼얼병원은 모기업인 천진화업그룹 회장이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재정적 어려움과 투자 불확실, 응급의료체계 구축 미비, 줄기세포시술 우려 등의 이유로 설립 승인을 받지 못했다.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자는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해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 주식회사로,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협약을 체결해 400실 규모의 콘도를 짓고 있다. 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단지에 778억원을 투자해 47병상(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201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한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분야이며, 병상은 전부 호텔급 1인실로 꾸며진다. 의사(9명), 간호사(28명), 약사(1명), 의료기사(4명), 사무직원(92명) 등 134명이 근무, 주로 성형이나 피부관리, 건강검진 위주로 고가의 시술과 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녹지그룹 장위량 회장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당시 중국 기업가 5인과의 면담에 참석해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정부 분위기도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단체와 제주지역 시민단체는 의료업 허가를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은 “의사는 9명뿐인데 행정인력은 100명 가까이 되는 기형적 구조만 봐도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게 뻔하다”며 “국제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기업이 제주도 타운 사업에 구색을 맞추려 병원을 하나 들이는 것인데, 최소한의 의료윤리조차 갖고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모기업의 자본력은 탄탄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 불허된 싼얼병원과 거의 비슷한 구조여서 병원 운영 능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진료과목 등 설립 불허된 싼얼병원을 거의 베낀 수준이며, 응급상황 발생시 상급 종합병원인 제주대학교병원까지 한라산을 넘어 30㎞를 가야 하는데 협진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 영리병원은 10년 넘게 끌어온 문제인데 싼얼병원 불허 이후 공론화 과정도 없이 기습작전을 펴듯 녹지병원을 들고 나온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제주도민에게 절실한 것도 아닌데 도청의 사업추진 의지가 지나쳐 정부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리병원 설립이 물꼬를 트면 국내 병원들의 영리화를 가속화하는 파급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리병원이 해외환자 유치보다는 국내환자를 대상으로 검증이 안된 시술이나 고가의 치료가 판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업계획성의 적절성은 대부분 제주도가 심사하는 것이고, 복지부는 제주도에서 보내온 자료에 대한 검증과 의료관계 법령 등을 체크한다”고 선을 그었다. 병원 관리감독에 대해서도 “의료법 위반 등이 발생할 경우 관여할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병원의 관리 감독은 지자체 소관”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