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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프로야구 중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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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프로야구 중계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5.04.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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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중계에는 ‘전(錢)의 전쟁’이 숨어 있다. 중계권료를 놓고 구단들의 대리인격인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대행업체와 중계방송사 간의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올 시즌 프로야구 중계 방송사는 기존의 MBC, KBS, SBS 지상파 3사와 스포츠전문채널인 MBC 스포츠플러스, SBS 스포츠, KBS N 스포츠와 함께 SKY SPORTS, SPOTV+가 새로 추가됐다. 10구단 kt의 1군 가세로 하루 5경기로 확대되면서 중계방송사도 늘어난 것이다.

연간 400억원 규모로 폭등

지상파 3사 컨소시엄은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대행업체인 ㈜에이클라에 재판매 협상을 맡겼다. 지상파 3사 계열사와의 협상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으나 4, 5채널을 선정하기 위해 종편채널 및 기존의 XTM 등과 접촉한 결과 협상이 한때 난항에 빠졌다. 방송사들은 최근 얼어붙은 광고시장 등을 감안하면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발을 빼기에 이르렀고, 결국 SKY SPORTS와 에이클라가 직접 운영하는 SPOTV+가 프로야구를 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올 시즌 KBO리그의 총 중계권료는 36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상파 3사가 20억원씩 60억원, 5군데 케이블채널이 60억원씩 300억원의 구조로 알려졌다. 방송사가 한 곳 늘어난 요인도 있지만 프로야구 인기 상승과 전체 게임 수 증가 등으로 액수 자체가 대폭 올랐다. 여기에 DMB, IPTV,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 뉴미디어를 통한 중계권료를 합치면 400억원은 훌쩍 넘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중계권료는 전액 10개 구단에 분배된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3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중계권료는 2000년대 들어 연간 50억원 수준으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180억원, 그리고 올해는 배가 뛰어 오른 셈이다.

방송사별 제작비로도 거액 투자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전 경기가 TV로 생중계되는 종목은 프로야구가 유일하다. 그만큼 방송사들에도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 중계는 매력적인 콘텐츠이다. 프로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처럼 방송사도 엄청난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프로야구 중계에 뛰어든 방송사들은 또 한 번 고액의 제작비를 투입해야 한다. 초고속 카메라가 몇 대씩 동원되고, 피칭캠 등 최첨단 장비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방송사간의 ‘돈 전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김관호 KBS N 스포츠 국장은 “초고속 카메라와 슈퍼슬로 카메라로 바꿀 예정이고, 5,6월쯤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용하는 데이터 분석기를 도입할 것”이라며 “해설위원 영입 등 인건비까지 제작비로만 올해 총 20억원 이상 들었다”고 말했다. SBS 스포츠는 중계진 라인업에 특히 신경을 썼다. 김유석 SBS 스포츠 국장은 “이순철 위원을 필두로 투수 출신의 최원호, 내야수 이종열과 안경현, 포수 현재윤 위원을 영입해 다양한 시각에서 해설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술적으로는 한 방향이 아닌 360도 각도에서 4D 리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70대의 DSLR 카메라를 준비했다. 예를 들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총알을 피할 때 활용한 360도 회전 기법이 사용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중계 때 잠깐 써서 호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SBS 스포츠 역시 KBS N 스포츠와 비슷한 연간 20억원 가량의 제작비를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MBC스포츠플러스는 제작비로만 가장 많은 6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석재 MBC스포츠플러스 센터장은 “중계권료를 포함해 기술, 장비, 프로그램(베이스볼 투나잇) 제작, 해설위원 영입에 쓰는 돈만 연간 100억원을 넘는다. 200억원을 벌어야 겨우 손익 분기점을 넘는데 광고시장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고 인기스포츠 중계의 자부심

방송사의 주 수입원은 광고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워낙 인기스포츠라 신흥 방송사라도 시청률은 꽤 나오겠지만 광고 유치는 어려울 것”이면서 “프로야구 광고 시장이 협소한 데다 그마저 이미 스포츠채널 3사가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 채널의 경우 더욱 ‘프로야구 중계 채널’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인지도 상승을 위해 시장에 뛰어든다고 말한다. 정승식 SKY SPOTRS 채널팀장은 “프로야구 중계는 처음인 데다 막바지에 결정돼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다. 기술적으로 미흡하지만 지상파 3사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철 SPOTV+ PD는 “제작 기술과 제작비 등에서 기존 방송사들과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최고 인기스포츠 프로야구를 맡은 방송 중 하나라는 자부심으로 점점 좋은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결국 제한된 광고시장과 폭등하는 중계권료를 고려했을 때 방송사 입장에서는 프로야구 중계를 ‘장사’로 여긴다면 빚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 이석재 MBC스포츠플러스 센터장은 “스포츠채널은 야구중계를 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라면서 “적자만 보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관호 KBS N 스포츠 국장은 “투자한 만큼 뽑아내겠다는 생각보다 시청자에게 만족도를 주는 데 신경을 쓰면서 야구 팬들의 평판, 선호도, 인식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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