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세금폭탄? 연말정산, 전수조사 해 봤더니…

13월의 세금폭탄? 연말정산, 전수조사 해 봤더니…

5,500만원 이하 근로자, 평균 3만원씩 세부담 낮아져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던 2014년 연말정산에선 정말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을까. 정부가 작년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제출한 1,619만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연봉 5,5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의 평균 세 부담은 당초 예상처럼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봉 5,500만원 이하인 1,361만명은 지난해 낸 세금이 1인당 평균 3만1,000원 줄었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이 구간의 평균 세 부담이 3만4,000원 줄어든다던 정부의 애초 추계와 유사한 것이다. 또 연봉 5,500만~7,000만원 구간 근로소득자의 1인당 평균 세 부담은 3,000원 늘었고,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평균 109만원의 세금을 더 냈다. 기재부는 당초 연봉 5,500만~7,000만원은 2~3만원 증가하고 7,000만원 초과는 124만원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정부관계자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세 부담 증가와 소득 증가에 따른 효과를 뭉뚱그리는 바람에 ‘세금폭탄’이라는 오해가 생겼을 뿐 세법개정으로 소득재분재 효과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평균치로는 정부 추계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여진은 남아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개인인데, 정부가 ‘평균의 함정’에 빠져 납세자들의 반발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봉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 15%(205만명)는 세금을 1인당 평균 8만원씩 더 냈다. 총 1,639억원에 달한다. 세금증가자의 70%(142만명)가 연봉 2,500만~4,000만원 구간에 있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들은 공제 대상이 되는 지출이 적어 세액공제 전환 효과를 충분히 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봉이 5,500만원 이하인데도 세금을 더 낸 직장인은 주로 근로소득공제와 표준세액공제 축소의 영향을 받은 1인 가구와 자녀세액공제가 줄어든 영향을 받는 다둥이 가구, 출산가구다. 특히 싱글이거나 맞벌이 가구여도 배우자가 공제를 받는 1인 가구의 비중이 73%(150만명)로 압도적이었다.

자녀가 셋 이상인 가구, 출산 가구에서는 43만 명의 세 부담이 증가했다. 연금저축 공제율이 12%로 축소된 영향을 받은 기타가구에서는 42만 명의 세금이 늘었다. 세 부담이 증가하더라도 전체 사례의 63%는(130만명) 10만원 이하에 그쳤다. 세금이 30만원 넘게 오른 연봉 5,500만원 이하 소득자는 1% 정도였다. 기재부는 5,500만원 이하 구간의 세 부담 감소액(1조3,347억원)이 증가액(8,068억원)을 상쇄해 전체적으로는 이 구간에서 세금 4,279억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지나치게 세 부담 증가를 반대하는 여론에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2013년 세법개정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국민에게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해 ‘세금 폭탄’ 논란이 일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