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 박계현(23)은 2군 시절 스승이던 김용희(60) SK 감독과 약속 하나를 했다. 연봉 5,000만원을 받으면 근사한 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스승에게 보답하고 싶은 작은 정성이다.
박계현은 지난 시즌 혜성처럼 등장했다. 유격수 박진만의 부상 이탈로 2014년 4월13일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주로 대주자, 대수비로 출전하다가 중반부터 주전으로 나서는 횟수를 늘렸다. 지난해 성적은 62경기 출전에 타율 3할4푼1리(129타수 44안타) 13타점 23득점 7도루. 빠른 발과 타격 솜씨를 인정 받기에 충분했다.
박계현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 2루수로 나서며 입지를 넓혔다. 포지션 경쟁자의 부상도 작용했지만 지난해보다 한결 안정된 수비로 인상을 남겼다. 시범경기 타율 1위였으나 시즌 개막 후에는 뜨거웠던 방망이가 식었다. 개막 후 5경기 동안 나온 건 내야 안타 1개뿐이다. 하지만 지난 5일 넥센전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그의 머리 속은 올해 풀타임 1군 선수로 자리잡아 연봉 5,000만원을 찍고 김 감독과 식사 약속을 지키고 싶은 생각뿐이다. 박계현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 2,900만원에서 1,200만원 오른 4,100만원이다.
-시범경기 고타율을 기록하다가 개막 후 타격감이 떨어진 것 같다. 사이클로 보면 되는지.
“아직 나에게 사이클은 없는 것 같다. 시범경기 때 타율은 좋았어도 감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변화구가 올 때 직구 타이밍에 휘둘렀는데도 운 좋게 안타로 연결된 것이 몇 개 있었다. 개막전(3월28일 대구 삼성전) 첫 타석에서 좋은 타구를 날렸는데 3루수(박석민)의 호수비로 잡힌 것부터 꼬였던 것 같다.”
-데뷔 후 첫 개막전 선발 출전부터 꾸준히 주전 2루수로 나서고 있는 기분은.
“개막전 당시에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선배들의 부상으로 기회가 꾸준히 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감은 있는데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더라. 그래서 실투를 놓친 것도 있었다.”
-비록 지금 타율은 낮더라도 방망이에는 항상 자신이 있어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주자가 있는 클러치 상황을 즐긴다. 주자를 불러들이면 기분 좋은 일이고 반대로 못한다면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있다.(웃음)”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가 많이 늘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수비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김용희 감독님이 실책 15개 이하로만 해보자’고 했는데 벌써 1개를 했다. 앞으로 더 신경 써야겠다.”
-타석에 늦게 들어가 스피드업 규정 위반 첫 사례가 됐는데.
“사실 규정을 이해하고 있는 타자가 많지 않다. 이번에 알게 됐다. 그 전 이닝에 다른 선배들도 2분 넘어 들어가길래 장내 아나운서 호명을 듣고 타석에 들어가려고 했다.”
-팀 내에서 주력이 가장 빠르다고 하는데.
“(김)재현이 형과 단거리 달리기를 하면 내가 더 빠르지만 곡선을 그려야 하는 주루 플레이는 형이 나보다 낫다. 그래도 3루까지 달리는 것은 재현이 형이 빠를지 몰라도 2루까지 뛰는 건 내가 빠르다.”
-김용희 감독님과 2군 시절부터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감독님과 2군에 있을 당시 약속을 하나 했다. 연봉 5,000만원을 찍고 감독님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다. 내심 올해 그 수준을 기대했는데 미치지 못했다. 올 시즌 더욱 잘해서 꼭 감독님과 약속을 지키고 싶다.”
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사진=SK 박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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