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관계를 유지하되(engage), 언제든 군사력을 총동원할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원칙인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을 이렇게 정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오랜 기간 단교상태였던 미얀마 쿠바 이란과 잇따라 외교를 정상화한 원칙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 등 핵무기 보유국에 대해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먼은 미얀마 쿠바 이란과의 교섭과정에서 나타난 오바마 외교의 공통분모를 “핵심적 전략을 유지한 채 상대방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교섭하고 간여하는 것이 상대국을 제재하거나 고립화하는 것보다 미국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 “우리는 압도적 군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적대국에 대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일 타결된 이란 핵협상과 관련해 “협상 타결은 위험 지역에서 핵확산을 억제할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이란이 핵무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외교적 방법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으며 우리가 이번에 그걸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이뤄진 합의가 양국 관계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안내자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협상으로 이란이 우리를 속이더라도 1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사찰을 통해 이전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독트린을 적용할 수 없는 예외상황은 바로 핵개발 시도 국가들이 핵무기를 갖게 되는 경우, 즉 북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점점 위험한 문제국가가 되고 있어도, 북한이 핵포기를 결심한다면 이란의 경우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얀마와의 관계 발전과 쿠바와 국교정상화, 이란과 핵협상 타결 등 대화와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대외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기조는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조지 W 부시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된 데다 고립주의를 내세운 먼로 독트린, 반소련ㆍ반공산주의를 내세운 트루먼 독트린 등과도 대비된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반면 오바마 독트린에는 장기 전략이 부재하고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벌어진 중동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와 튀니지, 바레인 등 각국 사태에 대응이 저마다 달랐다. 또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진 시리아에 군사행동을 경고하고도 이행하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에도 “선을 넘었을 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가 행동이 따르지 않아 신뢰를 크게 잃기도 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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