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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서울모터쇼엔 두 종류의 차가 있다

입력
2015.04.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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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엔 끝이 '끝'이 아닙니다. 뒤끝뉴스는 취재 그 뒷이야기, 기사 그 다음 스토리를 전합니다.

지난 3일 오후 관람객이 한 수입차의 뒷문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 3일 오후 관람객이 한 수입차의 뒷문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서울모터쇼’ 열기가 대단합니다. 4, 5일 이틀 동안 2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여성 관람객 숫자도 상당합니다. 잘 빠진 스포츠카와 가슴을 뛰게 하는 고성능차에 대한 로망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모터쇼에서 차의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입니다. 국산차와 수입차, 승용차와 상용차 등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지만 여기에 한가지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문이 ‘열리는 차’와 ‘닫힌 차’입니다.

국산차는 그렇지 않지만 올해 모터쇼에서도 차문이 굳게 닫힌 수입차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잡이를 잡아 당겼지만 “턱, 턱” 소리만 날 뿐 꿈쩍도 하지 않아 무안해 하거나 실내를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기 위해 얼굴을 차창에 바짝 갖다 대는 모습이 흔합니다.

일반 관람이 시작된 개막일 오후 킨텍스 1, 2전시장에 부스를 마련한 수입차 20개 브랜드를 하나씩 확인해보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쉐, 벤틀리, 마세라티의 부스가 이 모양이었습니다. 판매전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차들까지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인테리어가 완성되지 않았거나 손상이 우려되는 콘셉트카라면 십분 이해 합니다. 현장 직원에게 얘기하면 문을 열어서 안을 보여 준다는데 사람과 카메라에 치이고 밀리는 전시장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벤틀리 부스는 동물원의 맹수 우리를 연상시켰습니다. 세계 300대 한정 판매 모델 ‘컨티넨탈 GT3-R’, 럭셔리 세단 ‘플라잉스퍼 V8’, 플래그십 모델 ‘뮬산’은 맹수처럼 울타리 안에 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사전 신청자 중 선정된 100팀만 부스를 방문해 독점적으로 벤틀리를 만나 볼 수 있답니다. 나머지 관람객(얼추 잡아도 수십만 명)은 울타리 밖에서나마 대당 수억원 짜리 벤틀리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데 만족해야 합니다.

포르쉐는 차 옆까지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차는 잠겨 있습니다. ‘알바생’(아르바이트생)들은 참 열심이었습니다. 쉬지 않고 최고급 스포츠카 포르쉐를 닦고 광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여기 알바생들은 일당을 더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우디는 차문을 잠근 대신 훤칠한 모델들을 주요 차종 옆에 한 명씩 세웠습니다. 무려 22명을 고용했는데, 절반 이상이 파격적으로 남성 모델입니다.

① 오후 벤틀리 부스의 울타리 밖에서 남성 몇명이 전시차를 바라보고 있다. ② 포드 올 뉴 몬데오에서 내리는 아이를 아버지가 양팔을 벌려 맞고 있다. ③ 최고급 스포츠카 마세라티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차들을 보고 있다. ④ 현대자동차 에쿠스에 운전석에 앉은 남자 아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핸들을 돌려보고 있다.
① 오후 벤틀리 부스의 울타리 밖에서 남성 몇명이 전시차를 바라보고 있다. ② 포드 올 뉴 몬데오에서 내리는 아이를 아버지가 양팔을 벌려 맞고 있다. ③ 최고급 스포츠카 마세라티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차들을 보고 있다. ④ 현대자동차 에쿠스에 운전석에 앉은 남자 아이가 즐거운 표정으로 핸들을 돌려보고 있다.

이와 달리 문을 활짝 열어 젖힌 수입차들도 많습니다. 토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까지 콘셉트카를 제외한 전 차종 문을 개방했습니다. 누구나 운전석과 뒷자리에 앉아보고 트렁크를 열어 내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닛산과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포드와 링컨, 폭스바겐 혼다 시트로엥 푸조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차 값으로 따지면 이중에도 문을 걸어 닫은 브랜드 부럽지 않은 모델들이 상당합니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차를 보기 위해 오는 곳인데 잠가놓는다면 전시할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최고급 슈퍼카 마세라티의 경우 명품 매장에 들어가듯 줄을 선 일반 관람객들을 조금씩 부스에 들여보냈습니다. 억대인 차 한대도 실내에 들어갈 수 있게 열었습니다. 차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관람객들이 슈퍼카에 앉아 볼 수 있는 그나마 현명한 방법입니다.

고급 브랜드들이 차문을 잠가 놓는 것은 모터쇼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개막 전 언론공개 행사 때도 문이 잠긴 차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명분은 고가 차량 훼손을 막고, 혼잡한 전시장에서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입니다. 대부분 “본사 방침이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고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모터쇼는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차를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치일 것을 알면서도 입장권을 끊고 행사장을 찾습니다. 멀찍이서 눈요기만 할 요량이라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지난 주말부터 적극적으로 실내를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했습니다. 잠긴 차 문에 항의가 쏟아지자 공개로 돌아선 겁니다.

‘회장님차’ 에쿠스 운전석에 앉은 꼬마 아이가 환한 얼굴로 이것저것 누르고 당겨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캐딜락 CTS 운전대를 잡고 즐거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던 아빠의 흐뭇한 미소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에쿠스 풀옵션은 억대이고, 캐딜락도 최저 5,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절대 싸지 않은 차입니다.

현대인에게 차는 필수품이고, 나아가 ‘좋은 차’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모터쇼가 산업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것도 이런 꿈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비싼 차를 험하게 만지는 아이들이나 당장은 형편이 안돼 비싼 차를 사기 힘든 이들도 모터쇼에서만큼은 당당한 주인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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