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충암고의 김모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미납자들은 밥 먹지 말라”고 전체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일이 발생, 학생과 학부모가 분노하고 있다. 여러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 교감은 지난 주 이 학교 임시 식당 앞 복도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3학년 학생들 앞에 나타나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들고 3월분 급식비 납부를 했는지 일일이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 김 교감은 급식비를 못 낸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미납 개월 수를 알려주며“내일부터는 오지 말라”거나“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학생들이 증언했다. 그러나 김 교감은“밥은 먹되 급식비를 내고 먹으라고 체크해서 알려준 것일 뿐”이라며 당연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김 교감의 행태는 한마디로 교육자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참된 교육자라면 담임과 상의해 학생이나 학부모를 조용히 만나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순리다. 가정형편이 어렵다면 지자체나 복지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관련기관 등에 문의해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보듬고 감싸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밥을 굶기는 것이 과연 교육자가 할 행동인지 묻고 싶다.
부모의 경제력을 이유로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가장 비교육적인 처사이자, 용납할 수 없는 인권침해다. 이런 일 때문에 선별복지가 성립하기 힘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저소득층 학생의 급식비 납부를 독촉하지 말라고 하는 공문을 보내고 관련 연수도 실시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시교육청은 “충암고 교감이 저소득층 급식 대상자들에게 급식비 납부를 부적절하게 독촉했다는 얘기가 있어 조사 중”이라며 “독촉 과정에서 학생 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비단 이 학교뿐 아닐지 모르니 다른 학교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대충 지나치거나 미봉해선 결코 안 된다. 철저한 조사로 진상이 밝혀지면 해당 학교와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반교육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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