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매체다. 하지만 한 순간,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만을 포착하는 데 그친다. 그 이면에 숨은 사연을 말하기 위해 사진작가들은 다양한 설치 방법을 시도한다.
서울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홍순태의 ‘세 개의 방’전은 1960~80년대에 걸쳐 서울 곳곳의 모습을 포착했다. 세 개의 방 중 ‘기록의 방’에선 사진 속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나란히 배치했고, ‘기억의 방’에선 사진들이 붙어있는 작은 문을 열면 당시 생활상을 설명하는 짧은 기록이나 증언을 읽도록 함으로써 사진의 맥락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방인 ‘시선의 방’은 가장 독특하다. 이 방의 사진들에는 수녀복과 미니스커트, 갓 쓴 노인과 안테나처럼 서로 다른 시대의 소재들이 한 장에 담겨 있는데, 어떤 사진은 바닥에 놓였는가하면 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보도록 하기도 했다. 도시개발의 이면에서 철거민의 삶을 포착한 작가처럼, 관객들에게 다른 시선으로 사진의 의미를 찾아내도록 안내하고 있다. (02)724-0274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 ‘㎡’를 열고 있는 김윤호는 높낮이가 제각각인 바닥에 사진을 설치했다. 김윤호는 전국의 농토에 1㎡의 땅을 밧줄이나 자 등으로 표시해 촬영한 뒤 실물 크기로 인쇄했다. 저마다 다른 높낮이는 이들의 공시지가를 의미한다. 김윤호는 도시가 팽창하며 주변부로 전락하고 상품화한 농토의 의미를 묻고 있다. 도시 인근 들판 위 25만5,000원짜리 1㎡보다, 산기슭 자투리 땅에 만든 5,900원짜리 밭 1㎡에 눈길이 쏠린다. (02)3015-3248
서울 창신동 지금여기에서 열린 젊은 사진작가 14명의 기획전‘장님 코끼리 만지듯’에서 김민의 ‘Yes We Cam’은 시위 현장을 채증하는 경찰의 카메라를 다시 찍은 사진을 전시장 벽과 문틈까지 가득 붙여 보는 이를 압도한다.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휴대폰 사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채증 무기’가 동원되는 시위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이밖에 임태훈은 내용은 변하지 않으면서 형식은 점점 첨단화되는 군사분계선의 ‘안보 장사’를 풍자하기 위해 판문점 사진 아래에 1960년대ㆍ1980년대ㆍ2000년대에 작성된 글을 한 줄씩 인용했다. http://space-nowhere.com/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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