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요리 인류 키친'… PD가 앞치마 두르고 음식 역사ㆍ문화 소개
토크쇼 형식 '그대가 꽃'… 음식에 얽힌 사연으로 시청률 11%대 찍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연예인 냉장고 속 재료로 뚝딱 요리 대결 순항 중
교양국 PD가 앞치마를 둘렀다. 피자의 도우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고 동그랗게 눌러 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유명 셰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능숙한 손놀림이다.
6일 서울 상수동의 한 쿠킹 스튜디오에는 KBS의 대표 교양 프로그램 ‘인사이트 아시아_누들로드’(2008), ‘KBS 글로벌 대기획_요리인류’(2015) 등 ‘푸드멘터리’ 제작으로 호평을 받아온 이욱정 PD가 취재진 앞에서 직접 요리를 선보였다. 루꼴라(향신 채소), 올리브, 방울토마토, 양송이버섯 등을 송송 썰어 치즈와 함께 피자 반죽 위에 듬뿍 올리고는 쿠킹 스튜디오 한 켠에 마련된 화덕에 정성스럽게 밀어 넣는 모습이 영락없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주인장이다. 이날 오전 첫 방송된 KBS2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이하 ‘요리인류 키친’)을 소개하는 자리다.
요리 프로그램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 CJ E&M이 요리 채널을 앞세워 강레오, 레이먼 킴, 최원석 등 스타 셰프들을 양산하면서 셰프들의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의 킬러콘텐츠로 자리잡았고, tvN ‘삼시세끼’ 열풍까지 더해져 한마디로 ‘쿡방’(쿠킹+방송)의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이니 지상파라고 자존심을 세울 이유가 없다.
‘요리인류 키친’은 요리에 인문학을 얹었다. “요즘 요리 프로는 고전적으로 레시피를 알려주거나, 예능을 가미해 요리를 즐기는 포맷입니다. 그래서 방송시간도 긴 편이죠. 저는 10분이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요리 레시피뿐만 아니라 그 요리와 관련한 역사, 문화 등까지 함께 전하는 인문학적 조미료를 가미한 요리 프로로 만들려고 합니다.”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이 PD는 ‘누들로드’ 이후 아예 프랑스로 날아가 ‘르 코르동 블루’ 요리학교에서 최고급과정까지 수료하고 돌아온, 어찌 보면 요리 프로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그는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통해 만난 세계인들의 가정식(집 밥)을 주제로 ‘요리인류 키친’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카우보이의 만찬인 ‘치킨 프라이드 스테이크’를 시작으로 프랑스 요리인 ‘꼬꼬뱅’, 일본의 ‘카스텔라’, 프랑스의 ‘크로아상 샌드위치’ 등 12부작으로 꾸며진다.
사실 KBS는 올 초 1TV에서 선보인 ‘그대가 꽃’을 통해 요리 프로그램의 힘을 스스로 입증했다. ‘토크쇼+요리’를 기반으로 한 ‘그대가 꽃’은 가수 인순이와 요리사 신효섭이 MC로 나서 최고 시청률 11%대(이하 닐슨 코리아)까지 찍었다. 최고 시청률 기록은 지난달 2주 연속 방송한 ‘송해 편’이었는데 으깬 두부, 당면, 숙주, 꿩고기가 들어간 주먹만한 황해도식 만둣국을 신효섭 셰프가 직접 만들어 대접하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줬다.
‘그대가 꽃’의 김민희 PD는 “누구에게나 추억과 사연이 있는 음식인 소울 푸드가 있기 마련이며, 이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면 더 진솔한 이야기가 나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6명의 스타 셰프들이 연예인의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15분만에 뚝딱 요리를 완성해 대결하는 포맷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평균 3%의 시청률로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9일 방송분은 4.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단순한 요리 레시피 소개를 넘어 스타 셰프들의 자존심이 걸린 요리 대결과 냉장고 속을 살피며 연예인들의 사생활까지 엿보는 짜릿한 볼거리는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지난 1월까지‘집 밥 만들기’라는 콘셉트로 연예인들의 요리대결을 담았던 SBS ‘쿡킹 코리아’도 이르면 5월 시즌2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쿡방’의 인기요인에 대해 “쉬운 요리법을 제시하는 ‘쿡방’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해먹을 수 있다는 현실 가능한 ‘셀프 힐링’으로 발전해 더 주목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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